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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y 11. 2022

피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즐기란 말이냐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다른 이의 이래라저래라 하고 싶은 욕망은 이해하지만 내겐 통하지 않는다. 당신 말이 맞다고 믿는 만큼 나도 내가 맞다고 믿는다. 정말 어쩌다가 남의 말에 귀 기울일 때가 있는데 그땐 그전의 반감까지 합쳐서 아주 강력하게 따른다. 대표적인 게 아내, 파랑의 말이다. 이런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드물게 전하는 그녀의 말은 들을 필요가 있는 말이다. 


이 책은 그녀가 추천해서 읽은 단 한 권의 책이다. 누가 추천한다고 절대 읽지 않는 것이 내 독서취향임을 잘 아는 그녀가 유일하게 권한 책이다. 그래서 읽었고 좋았다. ‘좋은 책은 나를 행동하게 만든다’는 독서 신념처럼 바로 실행해 옮겼다. 제목처럼, 그리고 책에서 해보라는 대로 정말로 영어 책 한 권을 달달 외워봤다. 어떤 변화가 내게 일어났을까. 세상이 변했을까? 영어를 잘하게 되었을까? 설마 책 한 권으로 그랬을까? 김 빠지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영어 책 한 권, 영어 문장 천 개가 머릿속에 들어왔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실망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다. 


시간의 간격을 조금 두고 그때와 지금을 바라보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완전히 변해있다. 영어가 주사용 언어인 곳에서 살고 있다. 오직 이 책 때문에 가능했던 건 아니지만 분명 큰 도움을 받았다. 이 책을 시작으로 영어를 쓰는 환경에서 지낼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파랑은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나는 육아와 쉬어감을 위해. 어쩌면 영어 실력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은 확실하다. 영어에 대한 목마름(파랑)과 내려놓음(나)이 어디 한번 친하게 지내보자는 방향으로 급 선회했다. 그런 변화를 받아들일 용기가 없었다면 지금 이곳의 생활은 우리 인생에 존재하지 않았을 테다.


자신의 방법이 최고라는 식의 이야기를 싫어한다. 실제로 그 사람이 최고라고 해도 싫다. 자신의 경험이 수많은 경우의 하나일 뿐임을 인정하고 이런 방법도 있다며 알려주고 참고하라는 진정 어린 고백을 좋아한다. (이런 형태를 가장해서 결국 내가 최고니까 나만 바라보라는 책들은 널렸다. 특히 ‘부자’니 ‘돈’이니 하는 말이 들어가면 백이면 백이다.) 이 책은 진짜여서 좋았다. 저자가 겪은 이야기가 솔직하게 담겨있고 바로 활용할 만한 알짜 정보들이 가득했다. 이를 취해서 행동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었고 나는 저자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책을 덮고 바로 영어 책 한 권을 사서 매일 외웠다. 100일짜리 영어회화책이었는데 나중엔 주제만 이야기하면 줄줄 외울 정도가 되었다. 자신감이 생겼고 영어 공부에 재미를 느꼈다. (영어 실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임을 명심하자)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영어로 된 콘텐츠를 피하지 않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영어로 된 콘텐츠는 즐길 수 없어서 피하기 바빴다. (보면 즐겁지 않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으니까) 요즘의 새로운 즐거움이 영어책 읽기다. 수준에 맞게 아동, 청소년 도서를 읽고 있는데 아는 표현도 많이 나오고 어찌나 신나든지. 1년에 걸쳐 해리포터를 결국 다 읽었다. 소문대로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이었다. 지금은 윙즈 오브 파이어를 읽고 있다. 하루 한 줄이든 한 장이든 조금씩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돌아보면 지금의 나는 과거의 여러 작은 손짓과 발짓들이 모여서 된 것이다. 지금의 바뀐 내 영어 생활도 그렇다. 난 영어 까막눈에 가까웠고 어쩌면 증오에 가까운 마음이었다. (한국에 살고 한국인이면 한글을 써야지 이놈들아!) 이런 내 인생의 방향을 크게 틀어준 바람 중에서도 이 책은 눈에 띄는 바람이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영어, 영어, 영어'하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난리인 것을 알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이미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던질 수 있는 꽤나 무책임한 말이다.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하나라도 알려주는 게 낫다고 믿는다. 이 책은 영어를 즐겨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담고 있다. 지긋지긋한 영어에 지쳐있다면 가볍게 한 번 읽어보자. 그러고 나서 영어와의 담을 더 높게 쌓을지 허물지 결정해도 늦지 않겠다.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김민식) - 2018 완독


사실 영어 공부를 내려놓은 지 오래되었다. 대학생 때 경험을 위해 떠난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시절에 생전 처음으로 영어를 재미있게 공부했고, 취업 후에도 이어나가려 했지만 환경에 굴복하며 내려놓았다. 여행 다니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돈 쓰는 영어는 어떻게든 통하기 마련이다. 최근 외국에 나가 살 고민을 하다 보니 다시 걸리는 부분이 '영어'였다. 그러던 중에 와이프의 추천으로 다시 한번 불길을 살려주는 불씨와 같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의 이야기가 구구절절 맞다. 영어를 하면 인생이 더 즐겁고 확장된다. 100세 시대에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 고민하고, 지금 직장 이후를 고민하고, 아이의 교육을 고민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 스스로 '영어공부'를 하며 다음을 준비하고자 한다. 저자의 말이 맞는지 영어책 한 권 먼저 외워보겠다. 그러고 나면 답이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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