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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May 14. 2022

힘들고 지칠 땐 나를 찾는다

스스로 이겨내지 못한 자들이 서로 도움이 될까?

위로가 되었어요. 덕분에 힘이 났어요!

궁금하다. 정말일까?


이럴 땐 힘들어요. 저도 그래요. 저도요!

같이 힘들어하면 나아질까?


내겐 어려운 상황이다. 자신의 무엇이 아닌 타인의 뻔한  한마디로 스스로 달라질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공감과 위로를 부정하진 않는다. 저런 말을 건네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감정이 오고 가는  충분히 느낀다. 궁금한 부분은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냐는 말이다. 다음번에  어렵고 지친 상황을 맞이하면 변해있을까? 다른 이의 따뜻한 말을 들었고, 남의 비슷한 처지를 알게 되었다 치자. 무엇이 어떻게 변하는 걸까. 전보다 힘이  생겨서 쉽게 이겨낼  있는 건가. 그렇지 못하고 전처럼  누군가의 목소리를 찾아 헤맨다면?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면  회의적이다. 스스로 강해지지 못하고 단단해지지 않는다면 타인에게 나오는 것들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다.


자존감, 자아존중감, Self-Esteem. 하도 많이 돌아다니는 말이라서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어쨌건 핵심은 남이 아닌 자신이 스스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의식이다. 내가 나를 얼마나 어떻게 존중하느냐. 남이 주는 것이 아니 드는 것도 아니다. 이게 부족하고 바로  있지 않으면 남에게 기대게 된다. 나를 세우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누군가 쓰러지는 나를 돕기를 바란다. 일시적인 도움을 받는  소용없다. 힘없이 자꾸  넘어질 것이라서. 근데 자존감이 부족한 이들이 서로 엉겨 붙어 있으면 어찌 되는 걸까? '쟤도 그렇구나. 나만 그런  아니네. 다행이다.' 잠시 마음은 편해질  있지만 오히려 스스로 강해지는  걸림돌이   있다. 그때그때 비슷하게 쓰러져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니 자연스럽다는 생각에 머무르게 된다. 자존감이 생길 틈이 없다.


그런 무리 가운데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혼자 서 있는 사람은 애초에 그곳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 흔들리지 않기에 괜한 남의 도움이 없어도 된다. 휘청거려도 남을 바라보지 않고 스스로 집중해서 바로잡는다. 자존감이 바로 선 사람이 안쓰럽게 몰려다니는 무리에 없는 이유다. 나 역시 밖에서 홀로 서길 지향하고 바란다. 그래서인지 힘들다며 열심히 서로를 갈구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각자 서 있기도 힘든데 어떻게 남에게 힘을 줄까? 남의 기운을 뺏어오면 뺏긴 자는 멀쩡한 걸까? 뺏고 뺏기는 상황이라면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 심지어 옆에서 보고 배울 사람도 없다. 다 고만고만하게 흔들리고 있다. 나도 너도 무너져 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그래. 원래 다 이런 거구나.' 할 뿐이다.


단단하지 못한 자를 도울  있는 유일한 자는 단단한 사람이다. 굳건하게 우뚝  사람이 손을 건네 쓰러지는 것을 잡아줄  있다. 그러려면 먼저 그곳을 빠져나와야 한다. 물론 그들과 함께 머물러 있으면 안심이 된다. 어쩌면 당연해 보여서 만족스럽기까지   있다. 영원히 변화는 없다.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 누구도 변화하려고 하지 않는 곳엔 거짓 합리화만 가득하다. 바짓가랑이를 서로 잡아채며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곳에서 탈출해야 한다. 절망의 우물을 빠져나와 혼자 떳떳하게 살아가는 이를 찾아야 한다. 보고 배우며 나아가야 한다. 좋고 따뜻한 말만 들으며 편안하기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끔하고 날카로운 느낌을 느껴야만 현재의 부족함을   있다. 때론 차가운 충고와 조언도 일부러 받아야 한다. 안락한 침대를 벗어나지 않고 달라지길 바라는  비겁한 욕심이다.


결국 스스로 이겨내고 일어나야 한다. 지향점을 찾고 달라지는 모든 과정은 혼자다. 남에게  벌리는 못된 버릇이 자주 튀어나오겠지만 떨쳐내야 한다. 쉽게 받은 공감, 위로, 응원은 나를 강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 혼자서 바로 서는 순간은 그렇 찾아오지 않는다. 가능했다면 자존감 부족한 무리 사이에서 쉬지 않고 탄생했을 테다. 그것들 주고받기가 그들의 장기니까. 미안하지만 별로 쓸모가 없다. 중독되거나 착각에 빠지면  된다. 으쌰 으쌰 하고 기운을 얻은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힘의 근원이 나에게 있지 않다면 임시방편일 뿐이다. 스스로 믿지 못하고 밖에서 구원을 바라는 사람끼리는 의미가 없다. 무너져가는 서로의 등을 번갈아 가면서 밟고 서는 셈이다.  같이 가라앉고 있는  모르고.


 스스로 믿지 못하고 의지하는 걸까?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 나를 도울  있다고 어떻게 믿는 걸까. 정신을 바로잡고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걸까. 뾰족한 말은 듣기 싫고, 달콤한 말만 귀에  감기길 원하는 걸까. '나도 그래. 그럴  있어. 괜찮아.' 좋은 말이다. 나를 이해해 주는 말이다. 하나 이것만 가득해서는 소용없다. 만약 영원히 자존감이니 뭐니  필요 없고 편하게 기대서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말은 없다. '강해지고 싶어요. 나를 찾고 싶어요. 나로 살고 싶어요.' 바란다면 정신 차려야 한다. 내가 힘을 내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끌어   없다. 온몸에 힘을  사람을 당해낼 장사는 어디에도 없다. 겉만 번지르르한 말만 주고받으며 흐물흐물 살다 가기 싫다. 내가 서는 법은 내가 찾아 혼자 일어서고 싶다.


딱히 무너져 보지도 쓰러져 보지도 않아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아직 우울해 보지도 절망스러워 보지도 못해서 그런지 모른다. 불현듯 당돌한 생각을 해본다. 오히려 내가 바로 선 사람이라서 그래 왔던 게 아닐까?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버텨온 이유가 있지 않을지. 그렇다고 믿고 싶다. 내가 단단하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도 남과 다를 수 있었다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갈 테다. 힘들고 지칠 때 남보단 나를 먼저 찾겠다. 스스로 바로 선 뒤에 힘들어하는 남에게 따뜻하지 않은 진실을 외치겠다. 비록 매정하게 들릴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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