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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Feb 14. 2023

괜한 부모의 욕심이 흘러나올 때 막아줄 책

<호주 유학 이민 사용설명서>

아이의 학교 담임 선생님과 면담하고 나면 많은 걸 알게 된다. 대부분 놀라운 이야기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아들은 학교 적응은 물론이며 행복하게 배워가고 있다. 친절한 선생님의 설명을 통해 아이가 배움 자체를 즐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심하고 꼼꼼한 정보를 전해 들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모든 학생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놀라게 된다. 배우는 영역을 세부적으로 나눈 뒤 터득해야 하는 학습 기술, 기간별로 이루어야 할 단계적 목표가 상세하게 적혀 있어 아들의 현재 상태를 한눈에 알 수 있다.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 것에 감사하면서 더불어 이곳 호주 교육 시스템이 만족스러운 순간을 맞이한다. 절대 압박하거나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의 의미를 스스로 익히고 깨닫게 돕는 원칙이 돋보였다. 아직 많이 어린 채로 학업을 시작하는 초등학교 저학년에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믿고 있는 부분이 그대로 실현 중이었다.


내 아이가 좀 더 잘하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괜히 없던 욕심도 난다. 잘 모르고 있던 아이의 상대적인 앞서감을 알게 되면서 '오호 그래?'라는 기분이 마음속에서 올라온다. 분명 이런 뛰어남도 있고 저런 부족함도 있다는 말씀 중의 하나였을 텐데도 그저 장점에만 귀가 활짝 열린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서 발걸음을 옮기다 학교가 점점 멀어지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다른 것은 모두 금방 날아가고 '우수한 점'만 늦게까지 머릿속에 오래 머물러 있다. 급기야 어떻게 하면 아이의 특장점을 지금부터 잘 살려서 인생에 평생 가지고 갈 필살기로 갈고 닦을지까지 생각이 뛰쳐나간다. 아슬아슬했지만 천만다행으로 내 생각은 여기서 멈추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읽었던 이 책을 우연히 다시 들춰보게 된 덕분이다.


<호주 유학 이민 사용설명서>라는 제목을 가졌다. 제목만으로도 호주로 막 떠나려는 우리 가족의 필요를 자극했기에 곧장 사서 읽었다. 나름 꼼꼼하게 읽었던 것 같은데 여느 다른 읽은 책처럼 제목 말고는 남아있는 게 없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목차를 살펴서 지금 필요한 부분을 찾아 다시 읽었다. 바로 유학생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하고,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챕터. 읽고 나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마터면 절대 피해야 할 일을 저지를 뻔했다.


저자는 많은 부모가 '아이들이 자유롭게 공부하며, 스스로 다양한 것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성장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라고 유학 온 이유를 말한다고 했다. 내 생각과 한 글자도 빠짐없이 일치해서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의 적성과 직업까지 부모의 뜻대로 미리 정해놓고, 아이 스스로 그것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꿈인 것처럼 여겨지도록 교묘하게 교육하거나 주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적나라하게 현실을 꼬집었다.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잠시나마 내게 파고들었던 욕심과 다르지 않았다.


정신이 들자 처음 읽을 당시가 떠올랐다. 필자의 좋은 이야기에 완전히 동의하면서 나는 문제없이 잘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쉽게 내린 오만 때문에 큰일 날 뻔했다. 아직도 부족하고 낯선 부모의 자리에서 아이의 배움의 길을 비춰주고 도와줄 등불이 될 책이다. 왜 우리가 이곳에 와서 아들을 교육하고 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소중한 성장기에 남이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달리느라 스스로 돌아보지 못한 학창 시절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배우고 싶고 무엇을 잘하고 싶은지, 내 아들이 직접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렇지 못해 마흔 살이 다 되어도 헤매는 내 모습을 닮지 않기를 바라며.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호주 유학 이민 사용설명서> (박지용/영진닷컴) - 2019 완독


생각지도 못했던 아니 생각하기 싫었던 유학과 이민의 현실적인 부분을 콕 집어서 신랄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알려주는 좋은 책이다. 비록 2010년도 책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지금 우리의 고민을 하는데 뼈아프지만 알아야 하는 이야기를 던진다. 영어는 피할 수 없는 필수 조건이고, 이를 위해서는 어지간한 마음으로는 최소한의 수준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영어시험 점수도 어렵거니와, 현지 생활을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꾸준히 해야만 생활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생활도 문제지만, 아이가 학교에 가면 학교에 적극적으로 부모가 참여하며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데 그 전의 이민 1세대는 영어가 안되기도 했고, 그저 아이에게 맡겨두기만 하는 것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사실 우리 부부의 새로운 생활과 좀 더 큰 행복을 위한 시도와 아들의 한국보다는 나은 교육이 거저 생길리가 없는데 쉽게 생각했다. 그저 한국의 안락함을 포기하는 용기만 있다면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이 있지만, 무엇을 포기하는 만큼 다른 무언가는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나는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인지를, 그래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계속 고민하고 찾아가야 한다.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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