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트레일러 & 인터뷰
사실 기대했었다. 책이 나오면 독자를 직접 만날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 매번 멀리 떨어진 탓에 놓친 걸 테니 이번엔 현장에 있으니까 다를 거라는 예상을 품었었다. 하나 출판사에서 마련한 자리는 나 말곤 아무도 없이 오직 카메라만 마주 보는 텅 빈 하얀 공간이었다. 누가 될지 모를 렌즈 저편을 응시하며 묻는 말에 답을 했다. 대부분은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가지런히 늘어놓을 수 있었고, 몇몇엔 흠칫했지만 적당히 둘러댈 수 있었다. 내가 담긴 영상이 어떤 반응을 가져올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채로 촬영은 끝났다.
요즘엔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글을 읽지 않는 시대에 무언가 알리는 방법은 영상이라고. 더 이상 검색 포털에서 텍스트로 정보를 얻지 않고, 유튜브에서 모든 걸 찾는 대중에게 다가가려면 대세를 따라야 한다나. 아이러니하게도 글자로 된 책을 홍보하려면 대중이 익숙한 형식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틀에 들어가야 했다. 어렵게 머리를 움직여 읽지 않아도 되고, 틀어 놓으면 자연스럽게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오는 방식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들면 정말로 책을 집어 들고 읽어줄까 싶은 의문이 퍼졌지만, 나는 그 누구가 될 수 없기에 무의미한 의심을 거두고 기도에 전념했다. 제발 누구라도 궁금해하면서 책을 찾아보길 바라며.
책 소개 페이지에 걸린 이름도 거창한 <북 트레일러> 영상이 어색했다. 누가 봐주면 좋겠다 싶다가도 민망해서 누가 보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드는 날에 알아챈 사람은 나뿐이듯 본 사람이 없는 콘텐츠는 조용했다. 책과 영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맞는 모양인지 한국을 떠나 지내던 곳으로 돌아와서는 착한 유튜버의 도움을 받았다. 영상에 진심인 친구는 글과 책에 진심인 나를 성심성의껏 도왔다. 조금이라도 알려지는 데 보탬이 되기 위해 귀한 시간과 정성을 듬뿍 쏟았다. 나의 부족한 최선의 준비를 탁월한 감성과 실력으로 인터뷰를 근사하게 살려냈다. 언젠가 이 빚을 꼭 갚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돌려줄지 막막할 따름이다.
책을 알리는 영상을 연거푸 찍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바쁜 삶에 처음 보는 책을 끌어들여 소중한 시간과 집중을 투여하는 데는 위험이 크다. 기대했던 내용과 다를 수 있고, 취향과 달라 읽는 내내 껄끄러울 수 있고, 읽다 포기하면 남는 찝찝함을 견뎌야 하니까. 멀리 떨어진 독자와 작가의 거리를 좁히는 데 유용한 통로가 짧은 화면이 아닐까 싶다. 한 번 봤는데 호기심이 일어 마음에 담아 둘 수 있다면. 그래서 언젠가 우연히 마주쳤을 때 더욱 쉽게 손이 갈 수 있다면. 내 글에 한 명이라도 더 닿게 할 수 있다면 유튜브가 아니라 영화라도 찍어야 할 테다. 말을 하면 할수록 꼬이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 천천히 영상을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튜브에 '좋아요'와 '댓글'로 응원 남겨주시면 큰 감동일 거예요. 항상 멀지 않은 곳에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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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주 양육자'와 함께 '글 쓰는 자아'를 가지고 있는데요. 회사를 떠나면서 각오를 다질 사건이 생겨 알립니다. 저는 이번에 퇴사를 했고, 동시에 세 번째 책을 출간했습니다. 작가로서 살아가기 위해 도움이 필요합니다. 서점 구매도 좋고, 도서관 신간 신청도 좋습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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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고 믿는 현재를 냉소적 시선으로 바꿔버린 세상을 훔쳐보며 무엇이 정말 옳은지 고민하게 만드는 진짜 같은 꾸며낸 이야기. 살아가기도 벅찬 우리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누가 왜 정해놓은 줄 모르는 틀에 아무렇지 않게 맞춰 지낸다. 그게 싫었다. 지금 이렇다고 앞으로도 이래야 한다고 믿지 않기에. 여기 '꼭 그래야만 하나?'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수많은 허구가 있다. 굳이 들춰보지 않았던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진다. 내게서 태어난 글이 구석구석 널리 퍼져 모두의 의심이 시작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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