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생활
난 선천적으로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다. 벌써부터 뭐라 뭐라 욕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살을 찌우기 어렵고,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겠다. 더 잘못 이야기한 것 같은데... 흔히 말하는 ‘멸치과’라고 볼 수 있다. 예민한 성격과 입이 짧은 탓에 칼로리 섭취보다 소모가 늘 높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지금은 그래도 일반적인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179cm 키에 68~70Kg을 유지 중이다. 후천적인 노력이라 함은 바로 ‘운동’이다. 여기서 ‘운동’을 더 자세히 풀어보자면 ‘웨이트 트레이닝’과 ‘기타 운동’ 정도가 되겠다. ‘기타 운동’은 요가, 걷기 등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다른 활동 들이다.
이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삐쩍 마른 멸치에 불과했을 것이다.
태어나서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 쉽게 말해서 뼈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영양실조에 가까운 상태로 지냈었고 고등학교 때는 담이 작고 민감한 탓에 모의고사를 보고 온 날에는 1kg씩 살이 빠지곤 했었다. 대학교 1, 2학년 때도 갑작스레 술과 놀이에 빠져 살이 찔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가 군대에 들어갔다. 규칙적인 생활과 식사로 체중이 10kg가 늘었다. 그리고 군생활 절반 정도가 지났을 때 전직 트레이너 출신인 선임의 권유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휘어진 허리’ 치료 목적이었다. 그러다가 운동에 재미를 붙이고는 전역한 이후부터 내 ‘운동생활’은 시작되었다
군 전역 당시의 몸 상태와 30대 후반의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고 난 생각한다) 뭐 속은 다르겠지만 외형적으로는 사이즈가 비슷하니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매년 건강검진을 할 때도 신체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항상 적게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곳 호주에 와서 직장 스트레스도 없어지고 더 규칙적인 운동을 하게 되면서 기분은 몸이 더 좋아지고 젊어진 느낌이다. 그래서 결론은 군대를 가야 한다?!
복학 후 취업 전까지는 대학교 캠퍼스 근처 헬스장을 계속 다녔다. 그때 친절하신 사장님이 아직도 생각난다. (주변 식당에서 만나면 몰래 계산을 해주시고 가시곤 했었다) 취업을 하고 나서 결혼 전까지는 암흑기였다. 직장 스트레스와 원하지 않는 술자리로 운동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웠다.
결혼을 하고 나서 다시 정신을 차렸다. 신혼집 근처 헬스장을 등록해서 다녔고, 본사로 이동하면서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 회사 운동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몸 관리가 안 되는 주변 동료, 선배들을 보면서 ‘절대 배 나온 아저씨는 되지 말자’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 몸을 내가 아끼고 관리하지 않으면 도대체 내게 무엇이 남을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회사 생활하면서도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어디선가 읽었던가 들었던 적이 있다. ‘사람의 몸은 움직이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움직여 주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상이 생긴다’
사람은 동물, 움직이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으면 녹스는 기계처럼 항상 몸을 움직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파랑을 예로 들겠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내가 가끔 이야기(=잔소리) 한다. ‘생각해보니 너는 몸이 건강해질 이유가 없는 것 같아'
뭐 물론 운동 정기적으로 한다고 해서 만병 통치약처럼 있는 병도 낫고 있을 병도 안 생기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바로 몸에 변화가 온다. 육체적으로 살이 바로 빠진다. (밥 맛이 없어지고, 근육이 줄어서 그렇다) 정신적으로 기분이 축 처지고 늘어진다. (아무리 피곤해도 운동하고 나면 상쾌하게 다시 태어난다)
휴직 중인 요즘은 시간이 넉넉하게 있어서 매일 운동을 빼놓지 않는다. 최소 ‘웨이트 트레이닝 1시간 + 걷기 1시간(아들 등하교 왕복 2번)’은 하고 있다. 확실히 20대와는 몸 상태가 다르긴 한 것 같다. 유연함이나 근력, 그리고 회복 속도가 다르다.
그래서 요즘은 ‘요가’나 ‘스트레칭’의 동작의 비중을 좀 더 높여서 하고 있다. 나이에 맞는 운동 스타일이 있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팔팔했던 20대를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면 오히려 몸에 무리가 가서 며칠을 운동을 못하게 되어 악순환이다.
어쨌든 거의 항상 좋은 날씨에 두 학생이 학교로 떠난 조용한 집에서 맑은 하늘과 푸른 잎들을 보며 운동하는 맛이 아주 좋다.
집에 따로 운동기구라고 할 만한 것은 매트와 5kg 아령 2개뿐이다. GYM을 등록해서 다니기에는 좀 부담스럽고, 따로 거창하게 운동기구를 집에 놓기도 뭐해서 간단하게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이것저것 운동기구 사 보기도 하고 장비 좋은 헬스장도 많이 다녀봤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지 장비빨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없어도 온 몸을 자극하며 운동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운동 경험 덕에 내 몸에 맞는 운동 프로그램을 적당히 짜서 해나가는 맛이 있다.
우연히 발견해서 홈트레이닝에 도움을 받고 있는 App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NTS(Nike Training Club)라는 App인데 나이키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운동을 추천해주고, 내가 원하는 운동을 찾을 수도 있다. 세부 운동을 동영상을 보면서 따라 할 수 있다. (저장해두면 데이터 소모가 없다) 내가 하는 운동들을 등록해 둘 수 있다. 그리고 누적된 기록(운동 수, 운동 시간)을 볼 수 있다. (20,870분이면... 348시간... 독한 놈이네) 그리고 게임 요소로 특정 기준을 맞추면 배지나 트로피도 준다.
운동이 재미없거나 할 줄 몰라서 못하는 분은 이 App으로 그냥 한 두 개 재미로 하루에 5분, 10분이라도 따라 해 보면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이나 보조 기구들은 이 세상에 너무도 많다, 그저 이것들과 무관하게 운동을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이 늘 있을 뿐이다.
예전에 여성 직장 동료인가 후배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었다. ‘운동하고 싶은데 근육이 생길까 봐 못하겠어요~’ 술, 담배를 살 때 표지에 항상 이런 문구가 있다.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당신의 몸을 망칠 수 있습니다 등등’
그때 그분께 이를 패러디해서 답변을 해주었던 것 같다. ‘지나친 운동은 당신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니 그냥 운동을 시작하면 됩니다. 생각하시는 만큼 근육이 절대로 쉽게 안 만들어질 테니 걱정하지 말고 운동하면 됩니다’
물론 그분은 그때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다. 아마도 운동을 안 할 이유를 만드는 중이었을 것이다.
‘운동’의 좋은 점은 굳이 나까지 나서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저 딱 3번만 운동 후 씻을 때의 뿌듯함과 씻고 나서의 상쾌함을 경험해 보자. 그래도 별 것 없으면 안 하면 된다. 세상엔 운동 말고도 자신에게 맞는 재미있는 게 많다. 나는 ‘운동’이 내게 맞는 재미있는 활동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