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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인말러 Sep 03. 2020

쉽지만 무거운, 무섭지만 따뜻한.

강화길, 「화이트호스」 독후감

    

    종종 주변에서 책을 추천해달라는 말을 듣는다. '철학 책을 읽어보고 싶은데...', '경제 관련 독서는 뭘로 시작하는게 좋아?' 뚜렷하게 어떤 책이 읽어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로 아무런 부가 설명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뚜렷하게 읽고 싶은 책은 없고, 책을 읽기는 해야겠고, 그래서 비교적 술술 읽히는 소설이나 자기계발서를 선호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술술 읽히지만, 절대 가볍지만은 않은 글.


    강화길 작가의 글은, 얇디얇고 짧디짧은 문장들이 모여 수심(愁心) 깊은 강을 이룬다. 그 강물은 독자의 가슴에 들이차고, 그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그녀의 소설이 그렇다. 남들이 몇백 페이지에 걸쳐 담는 물의 양을 고작 30페이지짜리 단편 안에 써내려간다.


    사람들은 이 책에 온갖 이름과 별명을 붙힌다. 여성주의 문학, 모든 여자들의 이야기.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고발 등등. 그런게 싫었다. 분명 나는 남자인데, 내 이야기처럼 슬펐는데, 나는 이 책이 무서운 책이라기보다 따뜻한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주류의 의견은 그렇지 않았다. 난 내 방식대로 글을 쓰기로 했다. 쥬류는 못 돼도, 공감은 해줄만한, 그런 독후감을 남기기.


    이 책의 가장 첫 장에 나오는 단편 「음복」에 대해서만 가볍게 다뤄보자. 「음복」은 '2019 젊은 작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나와 남이 다르다는 생각이, 막상 들여다보면 남이나 나나 똑같은 인생을 살고 있구나 싶었다. 가족도 항상 정답고 행복할 수만은 없다. 가족의 범위가 넓어지고 사람이 많아질수록 싫은 사람, '악역'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찌 알까? 어쩌면 나도 가족 중 누군가에게 '악역'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우리를 화나거나 슬프게 만들지 않는다. '너도 그랬구나.' '너도 힘들었구나.' 오히려 상대방을 이해하고 안쓰럽게 여기게 된다. 마치 내가 나를 안쓰럽게 여기듯이.    


Photo by Caleb Jones at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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