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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 and Terri Mar 19. 2017

'퇴사준비생의 도쿄' 를 따라 떠난 도쿄 여행기 (7)

가성비가 엄청난 참치 전문 식당, 마구로 마트

Tom입니다.

이 날의 마지막 행선지, 마구로마트입니다.

(위치 링크)


사실 여기는.. 예약도 잘 안 받는다고 하고.. 실제로 갔는데 먹지 못했다 - 류의 후기가 많아서 사실 굉장히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도쿄메트로 도자이센이 바로 연결이 되고, 막상 숙소까지 아주 멀진 않아서? 한 번 가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다행히도 9시반쯤 도착하니 마침 자리가 있어서 편하게 먹고 왔습니다. 
(혹시나 가실 분들 계시다면 차라리 오픈 시간인 오후 4~5시나 마치는 시간인 밤 9시반~10시에 맞춰서 방문하시길 권장드립니다.)

여기는 딱히 스토리나 배경은 찾아봐도 안 나오는 것 같아 (혹은 일본어라서 찾지 못하는 걸수도) 바로 가게 설명으로 들어갑니다.

가게 앞에서 찍은 사진.
하필 불빛이 참치 눈 쪽에 들어와... 뭔가 눈이 빛나는 참치가 되었네요 ㅋㅋ

가게 외관은 비교적 젋어 보입니다.
사실 걸어오는 길이 완전 동네 시장이었는데, 구석에 이렇게 힙한 매장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못할 것 같습니다.
정말 아는 사람만 찾아올 수 있는 곳이네요.

가게 안을 보니 무척 젊은 분위기로,  보통 2~30대들이 많이 찾는 곳 같았습니다.  실제로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런 것 같았구요.
아, 그리고 전석 흡연석이라 담배에 민감하신 분들께서는 좀 쉽지 않은 방문이 될 듯 하네요.

메뉴판입니다. 듣던대로 저렴하네요...
그러나 전부 일본어라서 정말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라스트 오더는 9시 50분까지라고 계속해서 강조를 하지... (실제로 10시까지 주문을 받긴 받았던 듯)
그래서 일단 왼쪽 상단의 마구로 마트 모듬, 우메호네(연골 부위), 마구로 덴뿌라를 급한대로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주류 메뉴 쪽은 종류가 정말 많은데, 문제는 손으로 써져 있어서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거.
아, 원래 여기가 종이 창고였는데, 이렇게 개조를 했나 봅니다.

술 주문하다 헤맸던 덕분에 이런 토마토 맥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ㅡㅡ
서버들한테 물어보고 싶었으나 이 분들도 바빠보여서..

자, 안주가 나왔습니다.
왼쪽은 참치 연골과 네기도로 무침이고, 오른쪽은 오토시로 나온 참치 조림이네요. (어느 부위인지는 사실 못 들었습니다.)

연골 쪽은 삼겹살과는 달리 씹어먹기에 적당하고,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돈 주고 시킨 안주보다.. 오른쪽에 오토시로 나온 참치 조림이 훨씬 맛있었습니다 ㅋㅋ

그리고 대망의 마구로마트 모듬.
그때그때 다른 부위를 주는 것 같은데.. 
오른쪽에 놓은 아고와 하치노코란 부위는 머릿살 쪽이고,

이 쪽은 회로 먹지 말고 구워 먹으라고 하네요.
나머지는 흔히 먹는 쥬도로, 아카미 등의 부위였습니다.

참치의 신선도도 나쁘지 않으나...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다른 참치집과 다른 점이 좀 느껴집니다.

그래도 쥬도로 등 비싼 부위를 먹었을 때, 저렴하다고 아주 맛이 거슬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이 정도 맛이면 충분히 합격!

그리고 이렇게 참치를 구워먹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불판과 참치에 모두 기름이 별로 없어서 몇 번 굽고나니 달라붙기 시작했다는 거...

그리고 급하게 추가로 시킨.. 뼈째 먹는 참치 갈빗살(나카오치)입니다. 
보통 이 부위를 숟가락으로 긁은 다음, 우리가 잘 아는 참치 군함말이 등을 만들죠.
여기서는 손님이 직접 숟가락을 긁어 먹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300엔을 내면, 김과 밥을 준다고 하네요.
본인이 직접 초밥을 만들어 먹으라는 서비스인가 봅니다.
사실.. 먹다 보면 굉장히 물립니다.
처음엔 신선한데 나중에는 귀찮고, 맛도 지겹고...
아무튼 둘이서 먹는 건 비추합니다.
(솔직히 다음엔 안 시켜먹을 듯;;)

사실 주문한지 40분이 다 되서.. '아 이거 안 나왔으면 좋겠다' 했는데 나온 마구로 덴뿌라 ㅋㅋㅋ
깻잎 같은 야채와 참치 살을 같이 튀긴 메뉴입니다.

그리고 이쑤시개로 꽂아서 재료를 고정시켜놨으니 조심!
사실 잘 튀겼고 맛도 괜찮았는데.. 너무 참치를 많이 먹어서 속이 약간 니글거리는데 튀김으로까지 먹으니 많이 못 먹겠더라고요.
맛은 있으니 여러 명이서 오면 하나씩만 딱 맛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갈 때의 마구로 마트. 'Closed'가 보이네요...
여긴 다음에 친구들 여럿이서 와서 이것저것 맛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사 준비생의 도쿄에서는
'저렴한 재료들이나 버릴 재료들을 요리로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교통이 안 좋은 애매한 곳에 위치해 있고요.
(나중에 구글맵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지하철 종점에서 걸어서 10분 걸립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집 음식을 먹다가 든 생각이...
'아 여긴 참치집이 아니구나. 참치 전문 식당이지.'
회를 썰어 놓은 모양도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사실 고급 참치집의 경우, 단순히 재료만 사 온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냉동된 참치를 해동도 잘 해야 하고, 참치 덩어리를 회로도 잘 썰어야 하고...
즉, 어느 음식점이나 그렇듯 원재료를 사온다고 끝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 손질이나 가공이 들어가야 요리가 완성됩니다.

(제철소에서도 마찬가지로 철을 사와서 철판을 가공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마구로 마트는 남들과 다른 '가공'을 택합니다.
요리들을 보면, 회는 대충 썰거나 통째로 나가고.. 
갈비뼈는 숟가락 주고 직접 퍼먹으라고 하고..
기타 부위들은 전부 굽고 튀겨서 내보냅니다.
즉, '참치회'를 만드는 역량은 부족하나 '참치 요리'를 만드는 역량은 우수합니다.
왜 이런 테마로 정한 걸까요?

그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몇 가지 이유를 추정해 보자면,
1) 본인들이 맛있는 참치회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나, 대신 튀기고 굽는 요리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음
2) 남들이 쓰지 않는 참치 부위들을 싸게 구할 수 있는 자신이 있음
(역으로, 어떤 참치 부위가 저렴한지 잘 알고 있음 - 마구로마트의 경우, 한 마리를 통째로 구매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부위만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3) 회로 먹기 힘든 부위들을 맛있게 요리로 만들 수 있음
이 3가지 이유로, 마구로마트에선 이러한 요리들을 취급하고 있지 않나 합니다.

(메뉴를 보시면 Cold Dish만큼이나 Hot Dish도 많음..)


사실 버려질 재료들을 재활용해서, 요리로 만든 것 자체가 훌륭한 아이디어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을 보니 대부분 참치 모듬회 하나 먹고,
조림이나 튀김 쪽을 주로 먹더라고요.
일본에서도 참치는 보통 회나 초밥으로 먹지,
실제로 잘 굽거나 튀기진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인들에게도 먹힐만한 조리법 같았습니다.

버려지는 원재료들을 활용해서,
새로운 요리들을 개발한 마구로마트.
맛도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에 좋았던 곳이었습니다.
특히 본인들의 역량을 잘 해석하고, 
어떻게 하면 해당 역량을 잘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잘 보인 곳입니다.

덧. 그리고 뭔가 요리 측면에서 비슷한
참치집이 있는데 신주쿠에 있어서
찾아가기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치 요리가 궁금하다면 여기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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