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쩌다애넷맘 Sep 07. 2020

기억이란 사랑보다



내가 갑자기 가슴이 아픈 건
그대 내 생각 하고 계신 거죠
흐리던 하늘이 비라도 내리는 날
지나간 시간 거슬러 차라리 오세요
내가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건
그대 내 생각 하고 계신 거죠
함박눈 하얗게 온 세상 덮이는 날
멀지 않은 곳이라면 차라리 오세요
이렇게 그대가 들리지 않을
말들을 그대가 들었으면
사랑이란 맘이 이렇게 남는 건지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내가 진정한 가수로 인정하는 몇 안 되는 가수 이문세 씨의 노래 “기억이란 사랑보다”의 가사이다. 그의 주옥같은 노래들을 빠짐없이 좋아하는 편이지만 며칠 전 우연히 다시 듣게 된 이 곡은 오래오래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내 가슴을 울린다.

 

세상을 살며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그렇게 사랑을 하고 또 어쩔 수 없는 이별도 해보니 과연 기억이 사랑보다 더 슬플 때가 많다. 손길 닿지 않는 먼 곳으로 떠난 이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더 큰 상실과 슬픔을 느끼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더 열심히 온 마음으로 사랑했을수록 더 그러할 가능성이 높다. 하루하루, 순간순간 충실히 최선을 다해 사랑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과거가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추억이 되었을 때 그때 더 사랑하지 못한 내 자신을 자책하며 아쉬움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 하지 못한 사랑의 기억들은 숨처럼 평생을 함께 드나든다. 어느 날은 갑자기 내 가슴에 비수로 날아들어 숨통을 끊어놓을 것만 같다가 어느 날은 포근하게 나를 감싸 안으며 하루하루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기도 한다. 지켜주지 못한 사랑은 아쉬움과 후회로 남아 평생 짊어져야 할 번민과 상처를 내 안 곳곳에 새기고 행복하고 편안한 날일수록 완성 못한 그 사랑에 대한 죄책감은 그 무게를 더해간다.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기억이 행복했어도 슬프고, 그렇지 못 했어도 참 슬프다. 하지만 그 모든 사랑의 기억이 슬플 수 있는 것은, 내 사랑이 또 내 기억이 아직 생생히 살아있다는 것의 반증 같다. 사랑하지 않았으면 모를 아픔, 기억하지 않으면 모를 슬픔이다. 여전히 변함없이 사랑하고 기억하기에 찢어지게 아프고 처절하게 슬픈 것이 우리 삶이고 아름다운 역설이다.

 

가혹한 형벌과도 같은 그리움에 허덕이며 조용히 노랫말을 읊조린다.

이렇게 그대가 들리지 않을
말들을 그대가 들었으면
사랑이란 맘이 이렇게 남는 건지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