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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n 01.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38. 새로운 가족, 다람쥐 아닌 다람쥐

대단한 시클리드 두 마리, 하양이와 노랑이를 키우고 있는데 용기를 내어 한 마리를 더 구입해 왔다. 그의 이름은 다람쥐. 물론 하양이와 노랑이 사이에 치여서 행여나 고통받을까 봐 분리해서 넣었는데 자꾸 나가겠다고 난리여서 그냥 한 곳에 모두 넣어 보았다.


신기하게도 하양이와 노랑이는 생선계에 상도덕이라도 있는 듯이 작디작은 밤양갱 같은 다람쥐를 절대 건드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다람쥐가 자그마한 몸집으로 사방을 휘젓고 다니는데, 뿔이 난 하양이가 혼내주려고 해도 다람쥐가 워낙 작다 보니 어디에 있는 줄 몰라서 못 혼내주는 상황. 작기도 하지만, 바닥에 깔린 돌 색깔들과 너무 비슷해서 나조차도 어디 있는지 잘 안 보인다. 노랑이는 한술 더 떠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처럼, 하양이한테 당한 만큼 다람쥐만 봐도 경기를 일으키며 도망치고는 물 위에서 죽은 척을 하고 있다. 진짜 보다 보면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되었건 세 마리는 잘 지내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라 나름 해피엔딩인데, 정말 사회성수업이라도 있으면 수강시키고 싶은 심정이긴 하다. 그래도 다람쥐가 들어온 뒤로는 물 튀기며 싸우는 일이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저 녀석들에게는 다람쥐가 귀신처럼 보이는지도 모를 일이다. 뭔가 자갈 같은 애가 살아 움직이며 자신들을 치고 빠지는 무서운 존재가 되었으니.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다람쥐가 보이지 않았다. 행여나 하양이가 먹어 버렸나 싶어서 걱정이 되더랬다. 아무리 매직아이를 하고 찾아봐도 안 보여서 최후의 방법으로 먹이를 떨어뜨렸다. 그제야 바닥 어딘가에서 튀어나오는 다람쥐.


어쩌면 진짜 스트레스에 강한 세 마리가 우리 집에 우연찮게 왔는지도 모르겠다. 저마다 서로 당하고 서로 압박하며 지내는 모습이 꽤나 고달파 보이는데 그래도 잘 사는 거 보면 기특하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대궐같이 큰 어항을 사서 아주 시원하게 300m 달릴 수 있게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노랑이는 눈이 반쯤 정신이 나가 있어 보이고, 하양이는 관상용 열대어가 아닌 가판대의 생선모습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다람쥐도 왠지 요망한 성격을 가진 듯한데, 내 눈엔 제일 예쁘다. 벌레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내가 이 시클리드의 건강을 위해 조개먹이와 지렁이먹이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말이다.

귀신을 본 듯한 놀란 표정의 하양이와 자갈 같은 다람쥐 아닌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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