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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n 02.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39. 귀여운 강아지들

오늘은 친구와 유기견센터 자원봉사에 다녀왔다. 견사청소를 하고, 산책을 시키며 배변활동을 할 수 있게 돕는 일이지만 저질체력이라 점심에 후식까지 야무지게 먹고는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먼저 코를 찌르는 견사청소.

배변패드를 치우고, 이불을 빨래통에 넣고, 물과 락스를 희석시킨 뿌리개를 뿌리고 청소를 하고는 깨끗하게 닦인 물통을 놓아주면 끝. 뽀송뽀송해진 방을 보니 내 마음도 개운하다.


그다음에는 잠시 강아지들과 놀아준 다음에 산책을 나간다. 노는 시간이 되면, 간식이 먹고 싶은 건지 사랑이 고픈 건지 강아지들은 멍멍 활발히 짖으며 두 발로 서며 뜀뛰기를 시작한다. 언뜻 보아도 사랑받았던 강아지로 보이는 얘들도 있지만. 사람의 손을 무서워하는 아이들도 있기에 그들에게 먼저 탐색할 시간을 준다.  모두 모여 들어서는 몇 마리는 내 다리 밑에 앉고, 몇 마리는 다리 위를 올라타고, 다른 아이들은 나의 냄새를 확인한다. 점차 경계를 풀고 자신들의 머리와 등과 배를 내어주는 그들. 너무 다가가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 가볍게 머리 혹은 등까지만 쓰다듬는다.


“넌 참 예쁜 아이구나. “

“넌 정말 사랑스럽다.”

“넌 어쩜 이렇게 귀엽니.”


강아지들 귀에는 내재된 자동통역기능이 있는지 한국말로 내뱉는 나의 말에 촉촉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자기 몸을 밀착시킨다. 언제 봤다고 이렇게 마음을 내어주는 거야 엉엉. 예쁘고 순진무구한 그들. 어쩌다가 유기견센터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그들에게는 슬프고도 한 맺힌 스토리겠지. 다행스럽게도 상주하시는 선생님들과 자원봉사자분들의 사랑으로 밝은 표정을 하고 있어서 마음이 한결 놓인다.


애완견의 경우, 8년의 육아와 8년의 부양을 해야 해서 좀 큰 아이들은 입양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늘 산책시킨 아이 중 하나는 토이푸들이었는데 딱 봐도 부내가 난다. 분명 좋은 집에서 사랑받고 자란 듯한데 나이가 많아서 어쩌면 다른 집에 가긴 힘들지도 모르겠다. 아휴 돈이 많아서 늙은 아이들도 온전히 보호해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겐 약하디 약한 체력밖에 없어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음이 통탄스럽다.


오늘 자원봉사는 말이 자원봉사지, 오히려 강아지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내가 힐링이 된 하루. 귀염둥이들~어서 빨리 입양되어 더욱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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