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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n 07. 2024

항마

10. 탈출

“가둡시다. 절대로 못 나올 곳에 가두어야 해요.”

“가두기는요? 가둘 수나 있는 곳이 있단 말입니까. 괴물 같은 능력이 발현되기 전에 죽여야 해요. “

“죽일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죽입시다. 언제 또 변할지 어떻게 알아요!”


장로들이 모두 모여 선우를 없애자는 쪽으로 결론이 치닫고 있는 것을 본 최철수는 잠시 10분 동안 쉬어가자며 휴식을 선언했다. 모두를 물러가게 한 후에 혼자서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벽 쪽을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숨어 있지 말고 나오너라. “


현수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검을 손에 꽉 쥐고 있는

모습을 보아 누구든지 자신을 막으려는 사람을 벨 기세였다. 어렸을 적의 현수는 조용한 아이였지만, 자신의 부모가 선우를 지키려다가 죽은 이후로 장난감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 적이 있었다. 그 집착이 상당하여 장난감을 다른 것으로 교체해주려고 하자, 그 자리에서 부숴버렸다. 자신의 마음을 내어준 것은 자신의 손으로 망가뜨릴지언정 그

무엇도 손 닿지 않게 하는 게 그의 성격이었기 때문에 조심했었던 최철수였다.


“선우가 위험한 모습을 발현하면 그 자리에서 팔을 끊어버리라고 했다. 처음 발현한 상태에서는 자신의 몸을 회복할 수 없을 테니. “

“…”

“처음 선우를 데려왔을 때, 막무가내로 당했다고만 했지. 그런 모습은 전혀 없었다고.”

“…”

“본인의 원수라며 선우에게 이를 갈지 않았던가? “

“그녀는 잘못이 없습니다. “

“지나간 일은 이야기해서 소용이 없겠지. 일단 지금 이대로 두었다가는 선우를 죽이기 위해 모두가 달려들 것 같으니, 현수 네가 데리고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라. “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어디든 이 근처가 아닌 곳으로 떠나고 선우가 회복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나를 찾아오라고 전하게나. 이번에 저지른 일은 나도 덮어줄 수는 없어. “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선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선우는 본관의 3층에 양손과 양발이 포박되어 있었다. 다행히 선우는 상처가 하나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치료는 필요 없었다. 하지만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냥 잠들어 있는 모습만 보았을 때는 검사를 위해 대기하는 환자처럼 보였다. 현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기면서 선우의 손목에 칼로 문자를 그렸다. 타는 듯한 고통에 두 눈을 뜨는 선우와 그녀의 입을 막는 현수의 손.


“아프다면 일어나. 네가 일어나서 나와 같이 여기를 빠져나가길 원해. “


선우는 자신이 했던 일들을 기억이라도 하는지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선우의 뺨을 타고 내리던 눈물이  현수의 손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현수는 선우의 이마에 키스를 하며 말한다.


“가자.”


선우는 현수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문을 나서자마자, 가드들이 총을 들어 그들을 겨냥했고, 현수는 그들이 쏘기 전에 먼저 칼로 그어 버렸다. 소리가 나면 위험했기 때문에 칼을 사용해야 했지만, 버겁기 시작했다. 그 순간, 총알이 한발 현수의 왼쪽 가슴 윗부분을 통과했다. 선우는 귀를 막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현수는 그녀를 바깥으로 나가는 문까지 알려줘야 했다. 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면 다음번에는 그녀를 다시 그녀의 모습을 소환시킬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겨우 방어를 해가며 그녀를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문을 향해 밀어 넣는 현수가 선우를 보며 말한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널 찾을게. 일단 멀리 떠나.”


굳게 닫히는 문을 붙들고 우는 선우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세워서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벗어나야 했다. 얼마쯤 걷자 차가 달리는 도로가 보였고, 히치하이킹을 한 그녀는 저 멀리 부산까지 갔다. 부산역 근처에서 그다음에 대한 생각을 해보려는 찰나, 한 남자가 선우의 앞을 지나가는데 그가 들고 있는 쇼핑백에서 자신의 목걸이였던 보석이 느껴졌다. 그의 손을 무심결에 잡고, 선우는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의 머리가 바닥에 닿기 전에 그녀를 안아 세운 그는 급하게 자신의 차를 불러 그녀를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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