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완
이상한 여자였다. 그리고 이상한 하루였다. 보석을 밀매하면서 좋지 않았던 일에 얽히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번에 손에 넣은 보석은 다시 팔기에는 이상한 물건이었다. 지금까지 제대로 자본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셀 수도 없었는데, 이 목걸이를 손에 쥐었을 때부터 알 수 없는 평온함을 느꼈다. 목걸이자체는 평범했다. 금으로 된 긴 체인의 줄에 커다란 펜던트가 달려 있었고, 그 펜던트의 보석은 오드아이처럼 두 가지 색상, 아니 여러 가지 색상을 뿜어 내고 있었다. 목걸이줄은 단순해 보여도, 보석자체가 두 가지 이상의 색을 내게 되면 가치가 상승했기에 바로 손에 넣었다. 그런데 이 목걸이를 지니게 된 순간부터 잠을 설치는 일이 줄어버린 것이다.
‘알 수 없는 목걸이군.’
목걸이가 들어온 과정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부산역 근처의 숨겨진 보석상을 찾아갔다. 그 보석상은 눈이 보이지 않는 노파로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서 보석만을 다루었다. 보지 못하지만, 그녀의 손은 우리의 눈보다 더 많은 걸 느끼는 듯했다. 그 주변에서 가장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경로로 보석을 다루었기 때문에 그녀가 적격이었고, 자신을 볼 수 없으니 더욱더 안성맞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녀가 피우던 담배를 손에서 떨어뜨렸다. 잠시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더니, 어느샌가 태완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것조차 본 적이 없던 이 노파에게서 어떻게 이런 힘이 존재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태완 또한 이런 일은 수도 없이 겪었기에 칼이 목 안으로 들어와 그의 목을 베어버리기 전에 그녀를 쳐냈다. 목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지만, 근육층까지 들어가지 못한 찰과상에 불과했다.
‘조심해야겠어.’
노파가 다시 한번 그의 목을 겨냥하자, 그는 단숨에 노파를 제압했다.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 외치자, 그녀는 온몸을 떨며 말을 이어갔다.
“세상이 곧 멸하리니.”
그 순간, 총알이 노파의 왼쪽 옆머리를 관통해서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려다 말았다. 태완을 지키는 이가 이제야 온 것이었다. 더 많은 정보를 캐려고 했는데 알 수 없는 문장 하나만 얻은 것에 대해 생각하며 얼굴에 튄 피를 닦아내는 태완. 현장을 치우라는 지시를 내린 후, 그는 목걸이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처음 본 젊은 여자가 그 목걸이를 낚아채려 하더니 기절해 버렸다. 태완은 그녀를 모른 척할 수도 있었지만, 이 목걸이와 연관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동차에 태워서 자신의 집으로 향하였다.
산속 깊이 자리 잡은 집에 도착하자, 그는 집사에게 그녀를 게스트용 침실에 눕히라는 말을 했고, 집사는 분주하게 다른 이를 시켜 그녀에게 맞는 옷을 사 오게 하고는 주치의를 불렀다. 의사는 건강에는 지장이 없는 듯 보인다고 했고, 진정제를 하나 투여했다. 신음하던 그녀는 다시금 긴 잠에 빠져 보였다. 그녀가 누워있는 모습을 본 태완은 잠에서 깨면 보고하라는 말을 남기고는 가려는데 그녀가 입을 벌려 말을 하였다.
“목걸이.. 그거 돌려줘.”
이 목걸이에 대해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자신이 그 목걸이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그래서 더 궁금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이 하찮은 보석 따위가 어떻게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지 알고 싶었다. 태완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는 아직 눈을 뜨지도 않았지만, 그녀의 귀에 대고 말한다.
“다시 말해봐. “
잠시 흐르는 정적이 흘렀다. 일어서려는 순간, 그녀가 태완의 손목을 잡는다. 그 순간, 태완은 목걸이에서 느꼈던 그 감정이 비슷하게 자신의 내부에서 요동침을 느꼈다.
“너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