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 in New York: 겨울을 즐기는 뉴욕이야기
코로나가 지극히 기승을 부렸던 2020년 뉴욕의 겨울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같이 눈이 내렸다. 코로나의 창궐로 브로드웨이공연이 중지되고, 박물관에 가는 것도 쉽지 않았던 시기를 뒤덮겠다는 듯이 큼지막하게 내리던 눈. 놀거리가 많이 없었던 시기였지만, 17 폰트 사이즈로 내리던 함박눈 덕분에 우리는 옛 시절의 놀이로 돌아갈 수 있었다.
눈이 흠뻑 쏟아지는 시간 속의 센트럴파크는 나니아연대기의 얼음여왕이 사는 곳이 되고, 그냥 눌렀던 셔터 너머의 사진 속은 미지의 세계였다. 물론 코로나시국이 마무리(?)되고 공존의 시기로 넘어간 지금도 눈과 공원의 관계성은 우상향이다.
그래서 뉴욕에 눈이 내린다면, 난 일단 가까운 주변 공원으로 달려가고 싶다. 워터프루프바지를 챙겨 입고 부츠를 신은 다음, 장갑을 끼고서는 튜브를 하나 챙기면 이미 완성형 준비체이다. 눈이 마치 1시간 뒤에 녹을 것처럼 조급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그 마음을 지닌 게 나만은 아닌지 아파트 입구에서 속속들이 나오는 어린이부대를 만날 수 있다.
겨울의 공원은 잔디보호를 위한 펜스로 둘러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눈이 오는 날 만큼은 공원직원들이 슬쩍 눈을 감는 모양이다. 코로나시절에는 놀이터조차 폐쇄되어 제대로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웠던 모양인지, 어떻게든 펜스를 뚫고 진입하는 사람들을 막지 않았다. 지금은 모르겠다. 어쩌면 그 시기의 특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센트럴파크에는 펜스 없이 개방된 곳이 많고, 언덕도 많기 때문에 아직도 이 놀이는 유효할 것이다.
다만, 지하철로 이동 시에는 커다란 눈썰매보다는 둥글게 말리는 눈썰매나, 비닐봉지 혹은 바닷가에서 이용하는 튜브를 이용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한번 키만 한 눈썰매를 가지고 지하철을 탔다고 정말 그 자리에 버리고 오고 싶었다. 게다가 튜브는 생각보다 멋진 눈썰매로 변신한다.
개인적으로 눈썰매를 타다가 공중에서 고꾸라진 나는 그 이후 눈썰매를 '눈'으로 즐기게 되었는데 눈썰매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할 것이 많다. 카메라가 없이 스마트폰만 있어도 인생샷을 건질 수 있고, 모래놀이도구를 가져가면, 스노캐슬도 만들 수 있다. 물론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맨손으로 눈사람을 만들어도 된다. 눈을 보고 즐기고 싶은 마음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지 센트럴파크의 분수는 어느새 작은 눈사람이 가득 차곤 한다. 작은 눈사람정령들이 지키는 것같은 느낌이 들어서 왠지 동화 속에 빠져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액티비티는 통유리로 된 카페에서 눈 내리는 모습을 보며 남이 내려준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여기서 남이 내려준 커피라고 강조한 이유는 항상 내려 마셨기 때문이다. 가끔은 텀블러에도 넣어 다녔다. 짠내 나는 뉴욕생활이지만,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공원에 가면 그곳이 바로 카페가 되는 것이다. 하여간 꼭 눈을 손으로 만져야, 몸으로 굴러야 겨울을 즐기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눈은 눈에 담아도 좋다. 그래서 둘 다 눈이라고 불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