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소용돌이로
“피?”
괴물은 자신이 내뱉은 말이 웃겨서 죽겠다는 듯이 고개를 뒤로 젖혀가며 웃어 보였다. 그러더니 자신의 목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손가락에는 피 한 방울을 묻혀 있었다.
“내가 이걸 주면 너는 나에게 무얼 주려나?”
“원하는 게 뭔데?”
“음.. 네 목숨?.. 아냐.. 그건 너무 쉬워.”
“..”
“귀를 잠시 빌리지.”
괴물은 저 멀리 떨어져 있는데, 선우의 귀에는 그 목소리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주위사람은 아무도 들을 수가 없었다. 입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선우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이내 눈까지 빨개졌다. 곧 눈물을 흘릴 것 같았지만, 온몸으로 그 눈물을 참아내듯이 몸이 흔들리고 있었다. 선우는 손에 힘을 주어 허리춤에 숨겨둔 칼로 칼을 휘둘렀다. 괴물의 목에 칼이 들어갔지만, 칼이 꽂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뽑아서 머리를 내리쳤다. 하지만 갈라지던 수 만 개의 눈이 뭉개지며 쪼개지다가 다시 하나로 붙었다. 괴물이 말했다. 이번에는 입이 움직였다.
“싫으면 말고.”
선우의 입장은 분명했다. 더 이상 현수에게 헌신을 강요할 수 없었다. 희생되어야 하는 건 그가 아니었다. 자신이 그 정도로 값어치가 있는 인간인지 알 수도 없었다. 모든 게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 때문에 벌써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을까. 어쩌면 이미 수 십 명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선우는 마침내 괴물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손가락으로 튕긴 괴물의 피가 현수의 눈으로 흡수되었다. 괴성을 지르는 현수. 선우는 목젖에 핏대가 서도록 괴물을 향해 소리 질렀다.
“이 괴물새끼. 무슨 짓을 한 거야.”
“쯧쯧. 고얀 성격 하고는. 네 어미의 반의 반만 닮았어도 좀 차분했을 텐데 말이야. “
그때 현수의 고성이 멈추었다. 그는 선우의 이마로 내려온 앞머리를 넘겨주며 말했다.
“선우야.. “
선우는 말없이 현수의 손을 꽉 쥐었다. 쓰러져있던 최천수가 눈을 떴다. 그가 피가 흘러내리는 팔을 지혈하며 말했다.
“이제부터 네가 가야 할 곳과 처리해야 할 일들을 이야기해 주마. 일단 네게는 세 명이 필요해.”
“그게 무슨 말이죠?”
“예언에 따르면, 천사인지 악마인지 모를 종자가 태어난다고 했어. 그리고 그 사람은 커서 세 명과 함께 자신에게 부여된 길을 따라갈 수도 타파할 수도 있다고 했지. “
“..”
“한 명은 너와 같은 보석을 가진 자라고 했고, 또 다른 한 명은 괴물의 피로 눈을 뜬 자, 마지막은 너를 죽일 수도 있는 괴물이라고 했단다. 너에게는 현수와 괴물이 있는 모양이니, 나머지 한 명만 찾으면 될 것이야. “
누군가 열려 있는 문을 두드리며 나타났다.
“나를 뜻하는 건가?”
바로 태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