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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Apr 23.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이야기

3. 사탕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에 의하면, 정상의 기준이란, 약간의 히스테리, 약간의 편집증, 약간의 강박을 가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나는 정상 범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중이다. 특히나 몸이 안 좋을 때는 히스테리가 강화되고, 뭔가 불안한 상황에서는 통제가능한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강박이 머리를 드러낸다.


그리하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건강식을 챙겨 먹고, 내향인으로서 가져야만 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사회인으로 지내기 위해 소모된 에너지를 꼭 충전하는 편이다. 누구나 내적, 외적 건전지충전이 필요한데, 여분의 배터리도 없는 초기핸드폰 같은 나의 에너지레벨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을 하다 보면, 다시 잠에 빠져 드는 경우도 적잖다. 오늘도 괴상한 포즈로 자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난 분명 스트레칭 중이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이미 유튜브영상이 절반이나 더 지나갔더랬다. 궁여지책으로 평상복으로 갈아입으니 조금 더 정신이 깨는 듯했다. 누가 내 잠옷에 수면마법이라도 걸은 것일까?


그럼에도 아침은 여전히 힘들다. 아무리 늦어도 새벽 5시 반에는 일어나고야 마는 모닝미라클을 실천한 지 벌써 수년. 모닝미라클은 아침에 보낸 시간이 즐거운 거지, 아침에 미적거리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불이 나를 잡아당겨드는 것처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평화주의자인 나는 내일을 기약하고 말지만.(웃음)


이렇게 몸을 생각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상황에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호르몬의 변화가 생기는지 요즘 유독 기침이 심해졌다. 점심을 먹고 같이 일하는 분들과 함께 산책을 했는데, 하늘에서 흩날리는 꽃가루를 보고, 이건 필시 꽃가루가 아니라, 꽃가루를 가장한 눈이었다.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의 감독이 아무래도 이 꽃가루 모습을 보고 괴물 세계를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나의 코와 폐는 꽃가루 알레르기반응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요즘에는 간혹 가다가 엄청난 기침을 하곤 한다. 기침이 기침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좀처럼 멈추지 않고, 종국에는 토하려는 모습까지 보이는 기가 막히는 기침인데, 그게 지하철에서 시작되었다.


물이 있었더라면 바로 마셔서 어떻게든 진정을 시켰을 텐데, 한번 터진 기침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점점 거세지기만 하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시작된 기침이 민망해서 입을 틀어막는데도 기침소리는 좁은 공간에서 에코처럼 퍼졌다. 다행히 다음 역이 하차하려던 곳이라, 입을 틀어막고 한쪽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서있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조그마한 사탕 2개를 건네주셨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괜찮다며 손을 흔들었지만, 기침에 좋다며 손사래 치는 나에게 사탕 2개를 건네주신 후, 홀연히 역을 빠져나가셨다.


책에서만, 활자를 읽어 내려가는 일에서만 느꼈던 잔잔한 인간의 감정을 조그마한 사탕 2개에서 느꼈던 하루였다.

심지어 프로폴리스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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