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욱 Jun 21. 2024

흰 옷 보살님도 두루 살펴 보셨나요?

[순례노트①] 공주 마곡사 백의수월관음도

“흰 옷 입은 보살님도 두루 살펴보셨나요?”
 

마곡사 대광보전에서 나오는 데 지나가던 스님이 화두처럼 던진 말이다.     

 

“흰 옷 보살님요?”     


공주 마곡사는 ‘전란을 피할 수 있고 풍부한 물과 비옥한 토지 덕에 자족 경제가 가능한 이른바 열 곳의 승지(十勝之地) 가운데 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정감록의 십승지는 중국의 무릉도원 같은 일종의 이상향이다.

마곡사 대광보전. 뒷편에 대웅보전 지붕이 살짝 보인다

천혜의 자연조건과 여유 덕분일까? 마곡사는 두 개의 큰 법당을 가지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2층짜리 대웅보전과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광보전이다.


단층 건물인 대광보전이 웅장한 대웅보전을 뒤편으로 밀어내는(?)형상인데, 대광보전이 석가모니를 모신 대웅보전보다 끗발이 더 센 것 일까?     


대광보전에 모셔진 비로자나 부처님은 서쪽 끝자리에 앉아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을 때의 신성한 자세를 보여주는 거란다.      


비로자나 부처님은 진리 그 자체를 상징하는 데, 아마도 ‘서방정토’에서 온 누리에 광명을 쏘아 올려 모든 중생을 지혜의 길로 인도하는 것은 아닐까? 이렇듯 대광보전의 분위기는 경건하고 또 근엄하다.    

공주 마곡사 대광보전 내부 모습 (BTN 방송 캡쳐)

그런데, 부처님의 뒤쪽을 살짝 돌아가 보면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횐 옷을 입은 관음보살이 파도가 넘실대는 바위에 앉아 있고, 달과 연꽃, 선재동자가 어우러진 벽화가 순례자의 시선을 한데 집중시킨다.  


5미터가 넘는 높이에, 폭이 3미터 가까운 관음보살 그림은 ‘바위에 걸터앉아 물에 비친 달을 내려다보고 있어 수월관음(水月觀音)이라고도 하고, 흰 옷을 입고 있기에 백의관음’이라고도 한단다. 마치 컬러로 그린 수묵화를 보는 것 같아 편안하다.     

마곡사 대광보전 내 백의수월관음도 (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부처님의 진리를 구하는 선재동자가 관음보살 허리쯤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보는 이의 마음을 더 푸근하게 만든다.


수월관음도에선 종종 선재동자를 아주 작은 비율로 부처님 발치에 그려 놓아 존재 자체를 하찮게 여긴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이 그림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선재동자가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보이는 파랑새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반전매력이 있다.      


이 때문일까?     


“18세기 후반 조선회화의 특징을 그대로 살린 백의수월관음도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환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마곡사는 자랑하고 있다.


마곡사 대광보전 백의수월관음도 (출처:불교신문)

천 개의 손과 눈으로 모든 것을 보고 살피는 관음보살은 불교의 핵심 가치인 자비를 표방하는 대표선수이자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관음보살 얼굴에 왜 수염이 그려져 있는 걸까?                 ///TOK///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