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심으로 Aug 09. 2024

근육 1kg 증가는 완벽한 일상의 증거

<디저트를 앞에 두고 생각나는 단 한 사람, 우리 엄마>

 올려다본 하늘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푸른색이었다.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어  숨통을 조이는 날씨였지만 다행히 습도는 낮았고 공기는 상쾌했다. 마치 휴양지에 놀러 온 것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작은 책을 옆구리에 끼고 길을 나섰다. 이리저리 걷다 보니 금세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잠시 땀을 식힐 겸 근처의 독립서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서점의 대표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요량이었다. 서로의 개인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새로 나온 신간이나 작품에 대한 소감 등 오로지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오랜 친구 못지않게 편안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서점에 들어서자 처음 보는 알바생만 덩그러니 앉아 있다. 대표님이 없으니 익숙한 서점도 낯설게 다가와 서가에 꽂힌 책만 뒤적뒤적 들춰보다 그냥 나왔다.


 나도 모르게 근처 ‘오래된 빵집’으로 향했다. 11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인데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 손을 잡고 들락날락했던 추억의 장소이다. 손님이 워낙 많아 증축해 ‘핫한 빵’을 파는 ‘구관’과 카페가 있는 ‘신관’으로 나뉘었다.


 최근에 신관에서만 커피를 마시고 구관에 가지 않았다. 수많은 빵들이 매력을 뿜어대는데 넘어가지 않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빵 금지. 당 금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유혹의 싹부터 잘랐다. 하지만 오늘은 과감하게 구관으로 들어가 빵 쟁반을 들고 신중하게 담았다. 이렇게 좋은 날에는 예외도 있을 수 있지.  


 사르르 녹는 생크림과 단팥이 조합된 생크림 앙금빵. 설탕이 포슬포슬 뿌려진 멜론 크림의 소보로빵, 초코크림을 감싼 나선모양의 소라빵을 담았다. 포장한 후 신관 2층으로 가서 커피를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나도 모르게 후다닥 빵을 다 먹어버렸다. 커피는 느끼함을 잡는 입가심용으로 마무리.  


 ‘ 너무 맛있다. 행복하다’

너무 행복한데, 너무 감사한데, 왜 이렇게 눈물이 고이는지. 내 마음을 알 수 없다.


 엄마의 마지막 한 달은 누워서 오른쪽, 왼쪽으로도 움직이지 못했다. 약을 먹다가 기도에 들어가면 위험할 수 있으니 침대를 30도 각도로 세워놓는다. 비스듬히 누워있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몸이 저절로 아래로 처져 내려온다. 그대로 두면 엄마 발이 침대 끝에서 꺾이게 된다. 엄마는 스스로 구부러진 다리 하나도 펴지 못했다. 그때마다 엄마를 침대 위로 끌어올렸다. 침대 머리로 가서 엄마의 겨드랑이 뒤로 팔을 집어넣고 있는 힘껏 위로 당긴다. 그러면 엄마의 윗옷이 돌돌 말려 함께 올라가 있다. 얼마나 불편할까 싶어서 옷을 내려주면 엄마의 몸이 다시 내려가 있었다.


 이런 엄마를 옆에 두고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죄송스러웠고 마음이 애렸다. 하지만 무언가는 먹어야 했기에 카페인이 듬뿍 담긴 ‘카페라테’와 빨리 먹을 수 있는 조각케이크로 최소한의 열량을 채웠다. 그런 생활을 6개월간 지속했다.


 몸은 거짓말 안 한다더니 올해 초 건강검진에서 당황스러운 결과를 들었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몸무게는 같은데 근육이 2kg 빠지고 그 자리에 지방이 쏘옥 차지했다는 것이다. 건강염려증이 있는 나는 이야기를 듣고 화들짝 놀랬다. 두려운 마음에 인터넷 여기저기 검색했다.


 가만히 인바디 결과지를 보니 작년 나의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지방이 나의 과거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많이 힘들었지!’라며 쓰담쓰담 나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래 다시 시작하면 되지’


 케이크 중독이었던 나는 당이 들어간 음식을 끊었다. 긍정적인 호르몬의 수치를 높이기 위해  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고 최대한 햇볕을 많이 쬐고 산책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주 4회 일정이지만 지금껏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모든 근육이 굳어서 제대로 된 동작도 하지 못하고 코어운동을 할 때면 다리가 경련을 일으키듯 떨려 창피하지만 조금씩 적응하는 몸을 보면 대견할 뿐이다. 거울 속 나를 관찰하면서 육체적 근육뿐만 아니라 마음의 근육도 함께 자라남을 바라본다.  


 얼마 전 인바디 검사 결과 근육이 1kg 회복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속에서 희망이 꿈틀댔다. 근육이 자라는 만큼 내 정신 또한 건강해질 거라고.

내 삶도 제자리를 찾아갈 거라고.


작가의 이전글 아들이 사온 ‘이것’덕분에 폭발한 연기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