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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양부인 Nov 07. 2020

녹색 김치가 유독 먹기 싫었던 이유

[체질 06] 김치에 대한 체질적 취향론



엄마 밥상 잔소리에는 단골 멘트가 있다.

그중 배추김치에 대한 용이 많았는데,


뒤적거리며 줄기 부분만 쏙쏙 골라 먹지 말고

그릇에 켜켜이 담긴 순서대로 위에서부터

하나씩 집어먹라는 것이었다.


타액이 젓가락을 타고 반찬통 밑바닥까지 침투하지 게 하는 뜻도 있었지만,

아빠도 나도 오빠도 배추김치 이파리를

워낙 잘 먹지 않도 하였음이라.


우리 집 김치통에는 항상 주름진 이파리 양념 범벅 뭉터기로 쭈글쭈글 남아있곤 했다.






사실 나는 김치 없이도 잘 는 편이다.

퍽퍽한 고기 호박고구마 먹을 때에도

아니, 라면이나 설렁탕을 먹는 자리에서도

김치가 으면 없는 대로  잘 먹는다.


급식할 때가 되어서야 편식을 감추려고

억지로 모든 반찬을 다 먹으려 노력했지만

못 먹는 김치는 국 속숨겨서 몰래 버렸다.

녹색 김치와 나물류 죽어도 먹기 싫었던 것.


열무김치, 파김치, 갓김치. 부추김치, 얼갈이김치, 하다못해 배추  파리까지...

오이를 제외하곤 녹색채소의 풀내 날 듯한 식감과 색감이 거북해서 입에 넣기싫었다.


고춧가루 범벅이나 양념이 뭉친 건 더 싫다.

고춧가루가 잔뜩 붙어있으면 국물에 씻어먹거나 양념을 살짝 떠서 발라낼 정도였으니.


하여, 시원한 국물 뽀얀 속살이 매력적인

무 깍두기 인생 최애 김치다.

깔끔한 국물을 선호하는 엄마의 손맛이

내 입맛과 취 반영 것이.






금관가야 사람인 음금님에겐

그런 우리 집 김치가 심심했을 .

아마도 젓갈 향 첨가쯤으로 느껴졌으려나?

젓갈 맛이 강렬하고 각종 양념을 팍팍 넣

진한 김치 선호하기 때문이다.


김치  지역마다 특색을 띠는 음식인지라

신혼 땐 각자 자기 집에서 김치를 받아와서

따로 먹는 부부도 많다고 들었다.


시댁에서 김치 받아올 기회가  나는

액젓과 각종 양념을 넉넉하게 들이부으며

음금님 입맛을 조금씩 배려하기 시작했다.

솜씨가 많이 부족한데도 간이

음금님은 그럭저럭 만족하고 산다.


그래도 간혹 아쉬워하는 면이 있는

옛날에 어머니가 해주신 파김치랑 갓김치가 그렇게도 먹고 싶다.. 미안할 따름이다.






김치 취향에도 팔체질이 묘하게 드러난다.

뿌리채소가 잘 맞는 목체질은 무김치가 이롭고

잎채소와 녹색채소가 좋은 금질은

파김치 갓김치 당연히 더 좋아할 수밖에.


그러니까, 어머님 김치 맛이 그리웠다기보단

그저 체질로 인해 당기는 김치가 단순히

먹고 싶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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