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주문하는 부동산 홈쇼핑 시대

#09. 전세물건 언택트 콜거래

by 목양부인



지난밤 집주인과의 통화 분이 운되어

오랜만에 전세 물건으로 랜선 임장을 떠났다.


무주택 탈출이 목적이라 전세는 잘 안 봐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매입할 이유는 없으니,

내 나이와 맞먹는, 30년도 더 된 노땅을 서울에 입지 했다고 몇 억 더 주긴 배 아프니까,


나는 이 집의 시세를 정말 신경 끄고 살았다.

집주인의 억지스러운 언변 탓에 통화 중 잠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만 흘깃 확인해봤을 뿐.







그런데 실거래가와 호가는 하늘땅 차이.

분명 실거래가만 봤을 땐 2년 전 전셋값과

비슷했는데 매물로 나온 가격은 미친것 같다.

아마도 실거래가는 2+2로 재계약한 듯하고,

세입자를 내보내면 1억쯤 올려둔 모양이다.


믿기지 않아 주변 동네 물건까지 검색했다.

아파트 전세, 특히 이 집과 같은 소형 평수,

방 3개의 고층 도보 역세권 전세 물건은

하나도 없다. 집주인 애가 탈 만도 하지.





그러다 서울 외곽 쪽 신축 아파트가

지금 집과 같은 평수인데 집주인이 제안한

가격대와 비슷해 보이는 물건을 발견했다.


아, 이런! 반전세였구나...

보증금은 비슷한데 월세가 더 있었다.

일단, 가서 새 아파트 임장이라도 할까 싶어

부동산에 연락해봤다. 오늘 볼 수 있겠냐고.


물건이 신축이고 사전점검이 얼마 전 끝나

여건상 당장은 안에 들어가서 볼 수가 없고

다다음주에나 가능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그런데 내가 문의한 물건은 어제 나갔고,

그보다 높은 가격의 호수들만 남아있단다.







아니, 물건도 못 보는데 집이 벌써 빠져요?

보지도 않고 계약하는 사람이 진짜 있어요?






나는 전세 계약도 부동산에서 보여줄 때 한 번

엄마랑 같이 가 또 한 번(거기서 아빠도 호출),

이사 직전 치수 재는 명분으로 또 봤건만.

한국인은 삼세번 아닌가! 나만 진상이야?


중개인 말로는, 여기가 신축이고 물건이 귀하고

가격과 층, 기타 조건이 맞으면 바로 계약한다고.

분양도 아닌데 전셋집을 도면으로 결정하다니.

어쩜 그렇게 결단력 있고 단호할 수가 있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부동산 물건 확인과

계약도 대면 거래를 피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나?

아니, 암만 그래도 그렇지.

집마다 옵션과 확장이 다르지 않냐 물었다.







요즘은 그렇게도 계약해요.

좋은 조건은 전화로 계약이 빨리 빠져서요.

다른 동 호수라도 물건 알아봐 드려요?


. . .


부동산 시장도 이제 언택트 시대를 맞이하여

5억 원짜리 전세 물건을 전화로 주문하는

홈쇼핑 거래로 진화하고 있는도 모르겠다.








주택이야말로 중고거래의 꽃인데

나는 왜 그동안 쿨 거래를 하지 못했나.

세 번이나 봤다는 건 예민이 중에 상예민이지.


지금껏 나를 거쳐 간 이전 세입자들에게

번거롭고 귀찮게 했던 것에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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