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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포비아
08화
세입자에게 세금 떠넘기는 전세 재계약 이야기
#08. 임대 3법은 현장에서 통하는가
by
목양부인
Dec 4. 2020
아래로
나는
야
국가도 구휼하고 돌보는 무주택자.
이 험난한 부동산 파도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내 나라는 다방면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행복주택, 공공임대, 국민임대, LH매입임대 등
다양한 종류의 주거 방안을 마련하여 지원하고
아파트 분양 청약 자격에도 우선권을 부여하며
생애최초로 취득하면 세금과 대출 혜택도 준다.
특히 올해는 전월세 주택 세입자 보호 취지로
논란의 임대 3법까지 개정되지 않았겠는가.
(개정 탓에 시험 직전까지 바뀐 부분과 차이점,
적용 시기와 범위 외운다고 부단히 힘들었다.)
하필 31회 공인중개사 시험
을
코앞에 두고
전세 계약 만기
날짜가 다가왔던 나는
임대인에게 빨리 연락해 2+2 계약 갱신을
요구해볼지 어째야 할지 혼란스러
웠
다.
전세 물건이 씨가 말라 구하지도 못하는데
임대 3법
덕분에 임료를 5%만 올려주면
살던 집에서 2년 더 머무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뛰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보증금 빼고 대출로 집을 살지
2+2 연장하고 시장을 관망하는 게 나을지
오히려 시간만 버리고 후회할 일은 아닐지
이번에도
도
통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집주인에게는 내 또래의 아들도 있는데,
갑자기 이 집에 들어와서 살겠다고 한다면
막상
그때가서
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
전세 계약
갱신 요구 권리만 믿고 있다가
별안간 길바닥에 나앉을지도 모를 일이다.
고맙게도 계약 만료가 조용히 넘어갔다.
하긴. 임대인과 직계존비속이 실거주 목적으로
전세 2년 연장을 거부한대도 내 보증금만큼의
자금이 여유로워야 나를 내보낼 수 있겠구나!
이 집 등기부등본에 기록된 갑구와 을구가
얼마나 복잡하고 빨간 줄이 많은지 익히
알고 있었으므로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그렇게 묵시적으로 법정 갱신되어
잊힐 때쯤,
두 달이나 지나 집주인에게 대뜸 전화가 왔다.
시작은 원망.
아니 계약 기간이 끝났으면 더 살지 말지
미리 연락하고 알려줘야지, 다른 세입자들은
다들 알아서들 만기 전에 연락해오는데
조용히 계속 살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지금 시세가 얼마나 올랐는지 아냐고...
(세입자가 시세 변화를 알고 있어야 합니까?
2년 전에도 묵시적 갱신 후에 5% 넘게
보증금
올려드렸었잖아요. 그럼 다음번에는 알아서
챙기셨어야죠. 그리고 솔직히 다른 세입자들은
전세 대출 연장 때문에 할 수 없이 사장님한테
먼저 연락해온
거잖아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럴까봐서
나
는
대출도 다 갚아버렸지롱~)
투정도 섞여 있었다.
내가 아파서 병원에 있느라 놓치긴 했지만
보유세가 얼마나 올랐는데 그냥 뭉개고 사냐고.
세금 때문에 힘들어서 임대사업도 접었다면서.
부동산에 알아보니 1억은 더 올릴 수 있겠다며.
이제 와 시세대로 받긴 좀 그렇고 어쩔 테냐고.
(세금 내기 힘들면 보유도 내려놓으셔야죠.
사장님 같은 임대사업자 다주택자들
이
굴리는
집 좀 내놓으라고 나라에서 보유세 올렸잖아요.
그거 좀 많이 내게 됐다고 지금 무주택자인
세입자한테서 삥을 뜯나요? 하려다 참았다.)
집주인은 세금 위험을 내게 전가하려고 했다.
공급이 비탄력적일 때 세금이 오르면
수요자가
세금 부담을 떠안는다던 학개론 수업 내용을
현실에서 내가 직접 겪게 될 줄이야...
시험 때문에 달달 외워뒀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내용과 주요 골자를 아무리 설명해봐도
돌아오는 답은
그래서, 꼭 그렇게 법대로 가보자는 거냐고.
사람 사는 데 다 도리가 있고 그런 거지
고지식하게 법만 계속 읊어댈 거냐며.
시세가 1억이나 올랐는데 5%가 뭔 소리냐고.
그러니까, 법대로 안 하면 고자질할 거냐고.
(계약으로 묶인 임대인과 임차인 관계에서
법을 빼면 뭐가 남나요? 우리 무슨 사이임?)
이쯤 되니 집주인과 할 얘기가 없을 것 같다.
1억 더 올리라고 부추긴 부동산을 찾아야겠다.
투기나 부동산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의도로
임대인에게 잘못된 정보를 흘린 것은 아닌지.
부동산 무지렁이 임차인인 줄 알고
한번
찔러나
보자고 나를 흔들어보도록
집주인 옆에서 중개인이 조언한 것은 아닌지.
가서 내 귀로 직접 듣고 따질 건 따져야겠다.
임대 3법이 시행된 지도 벌써 몇 개월.
언론도 블로그도 유튜브도 법의 맹점과
악용
사례를
꼬집으며 아직도 시끄럽다.
전세 계약을 연장하는 실제 현장에서는
법을 잘 모르는 임차인들이 당하
기
쉽다.
전세자금 대출 만기 연장이라는 볼모로
집주인 아줌마들은 항상 목소리가 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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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임대차보호법
전세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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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에게 세금 떠넘기는 전세 재계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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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주문하는 부동산 홈쇼핑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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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마다 부르는 값이 왜 서로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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