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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커 Feb 12. 2023

어떻게 매일 귀여울 수 있겠어

수요일의 해방일지 #11

TV 관찰 예능 속 연예인의 아침은

마치 유명한 작가가 그려낸 드라마 속 그것과도 같았다.


괄호 열고, 흐트러진 머리를 하고, 괄호 닫고, 하품을 한다. 헤어는 자연스럽게, 흐트러졌지만 우스꽝스럽진 않게. 노 메이크업과 같은 정도의 내추럴 스킨 케어만. 커튼을 열면 이날만 기다렸다는 듯 화창한 날씨에 탁 트인 시티 뷰. 가지런히 놓인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의자에 걸린 로브를 걸친다.


그/그녀의 집은 서울에서 보기 드문 2층 주택이다. 층마다 거실이 넓고 방은 3-4개쯤 되어 보인다. 천천히 정신을 차리며 내려오면


다다다다다다다당

마치 매일 그렇다는 듯 달려와 안기는 강아지와

쪼쪼쪼쪼쪼쪼쪼쪽

뽀뽀하는 그/그녀.


늘 생각했다.

어젯밤에도 봤잖아? 어제 아침에도 봤을 거고, 엊그제도, 그 전날도. 같이 산다면 매일 봤을 강아지이고, 매일 함께 맞을 아침인데, 카메라가 돈다고 유독 더 귀엽고 더 이쁘고 더 사랑스러운 건 아닐까?


의심을 품으며, 매주 금요일 늦은 밤의 관찰 예능을 관찰했었다. 어느 날 나의 의심은 보란 듯이 무너졌다. 와르르. 산산이.


나의 강아지가 생긴 다음이다.

매일 그렇게나 귀여운 존재는 존재해버렸다.


매일 아침 7시면 다다다다다다다당 나를 깨운다.

어느 날은 뿌엥하고 울고, 어느 날은 혼자 놀다가, 또 어느 날은 “아빠!”한다.

나의 강아지는 어제보다 오늘 유독 더 귀엽고 더 이쁘고 더 사랑스럽다.

내일도 나는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쪼쪼쪼쪼쪼쪼쪼쪽 예뻐라 할 것이다.


이 순간의 나의 강아지는 처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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