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내 아버지

내 어머니가 너무도 안쓰럽다

by yangTV

새벽이었다.


잠을 자고 있었던 나는, 밖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나 보니, 전등은 환하게 켜져 있었고,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정체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투는 소리였다.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는지 나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흥분해서 내 지르는 아버지의 고성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어렸던 난, 너무도 무서웠다. 부모님이 싸우는 것을 말리고 싶었지만, 감히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난 그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어서 빨리 싸움이 끝나기를 바라고 바랐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퍽”하는 소리와 함께 어머니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두 번이었다. 그 두 번의 소리를 끝으로 정적이 흘렀다. 나는 귀를 쫑긋 세운 채로 이불속에서 기다렸다. 싸움이 멈춘 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 누구도 방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분명한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갑자기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도 들려왔고, 뭔가 알 수 없는 부산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밤 어머니는 끝내 방으로 들어오시지 않았다.


그때의 그 기억은, 어린 나에게 너무도 큰 충격이었다. 혹시 그 전에도 이런 일이 자주 있었는지 나로서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우리 부모님이 그렇게 심하게 다툰 것은, 아니 아버지가 어머니를 그렇게 심하게 때린 것은 내 기억 속에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중에 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머니는 그날 새벽 아버지가 휘두른 주먹에 맞고 기절해서 급히 병원에 실려갔다고 한다. 부모님이 왜 그렇게 싸운 것인지, 왜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렸는지 그 이유를 나는 전혀 알 수 없다. 때린 아버지도, 맞은 어머니도, 그 후 내게 아무런 설명도 해 주지 않았으니까.


모르기는 해도, 그때의 그 사건은 아버지에게도 나름 충격이었던 것 같다. 그 후에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심한 폭행은 그리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심한 폭행이 없었던 것뿐이지, 크게 화를 내며 욕하거나, 어머니를 주먹으로 위협하고 밀치는 일은 그 후로도 종종 있었다. 내 아버지는 쉽게 흥분했고, 무척 다혈질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아버지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입장에서 감히 짐작해 볼 수는 있기 때문이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아버지는 그때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였을 것이다. 출소해 나와 보니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다. 해외에 나가 그 모든 차별을 받아가며 모았던 돈을, 단 한 번의 교통사고로 모두 잃고 교도소까지 가야 했던 아버지로서는 그 상황에서 충분히 분노할 만하다. 젊었던 아버지는 한순간에 모든 희망을 잃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을 테니까.


하지만, 그 분노가 어머니를 향해서는 안되었다.

그것은 정말 아니었다.


어머니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걸핏하면 화를 내고 주먹으로 위협하는 아버지를, 어머니는 150cm를 조금 넘는 그 작은 몸으로 견뎌야 했다. 나이가 든 지금도 육중한 체구를 갖고 있는 아버지의 그런 위협은, 어머니에게는 마치 목숨을 위협받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내가 어머니의 입장이었다면 이혼을 해도 몇 번을 더 했을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도, 어머니는 그저 묵묵히 참고 견디셨다.


모두 우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그런 일을 겪은 날에도 우리에게 항상 밝게 웃어 주셨다. 혹시나 우리가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리라. 어머니는 그런 일이 있을 때면, 가끔 나를 집 밖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밖에서 혼자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 웃는 얼굴로 “엄마는 괜찮다.”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했다.


어머니는 항상 나에게 괜찮다고 말했지만, 어찌 두렵지 않았을까? 어찌 힘들지 않았을까? 그런 아버지의 폭력을 주위의 어떤 도움도 없이 혼자서 감내해야 했을 텐데… 다른 남편들처럼 다정다감하게 말을 걸어 주지도, 살갑게 챙겨 주지도 않았는데… 내 상상에 불과하지만, 아마도 어머니는 평소에 항상 내게 그래 왔던 것처럼, 자고 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당신의 마음을 다독이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내 어머니가 너무도 안쓰러워 견딜 수가 없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어머니는 나에게 항상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있을 아픔을 누구보다 이해하기에, 당신의 얼굴을 지금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에서 뭔가가 뜨겁게 울컥 치밀어 오른다.


어머니의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나도 아니고 내 여동생도 아니고, 그 누구도 아니다. 그저 아버지의 진심에서 우러난 따뜻한 눈빛과 따뜻한 말 한마디면 되는데… 단지 그것뿐인데… 여전히 내 아버지는 그것을 잘 모른다. 답답한 마음에 둔한 내 아버지에게 알려줄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것은 안다고 해서, 누군가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기에 그저 지켜볼 뿐이다. 그게 너무도 안타깝다.


그만큼 괴로운 삶을 살았으면, 이제는 좀 행복해져도 되는데… 그럴 자격이 충분한데… 남에게는 쉽게 주어지는 것 같은 그 일이, 어머니에게는 여전히 너무도 어렵다.


슬프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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