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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원하며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

by 신지승

강원도 대암산 엄마멧돼지와 아기멧돼지는 산속에서 헤어졌다.

아기 멧돼지는 헤어진 그곳에서 계속 엄마를 기다렸다.

그러나 며칠째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암산 출입관리소 남자는 그 모습을 우연히 오고 가며 보게 된다.

아기멧돼지를 집에서 키워야 할까 정을 붙이면 결국 계속 키워주어야 하는데 고민했단다. 며칠째 갈등했다.

고민만 하다가 며칠이 지나고... 어느 날 엄마를 기다리던 그 자리에서 뼈만 남기고 삵에게 먹혀버린

어린 꿈의 흔적을 발견했단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 장소가 어디인지 물어 그 자리에 남은 아기멧돼지의 마지막을 사진으로 남겼다.


아기 멧돼지의 기다림, 대암산 출입관리소 남자의 기다림. 나의 기다림


세방현상소가 폐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돈이 없어 찾지 못한 나의 필름을 찾기 위해. 돈이 생기면 찾으려 가야지 세방현상소의 그 여자는 몹시도 성깔이 거쳐서 차마 아쉬운 소리를 못하고 말았다. 오래 동안 기다렸는데 결국 내 현상된 필름을 찾지 못하고 현상소는 영업을 중단했다.


아마 상금이 5천만 원인 걸 알았다면 언감생심 욕심도 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공지글을 잘 못 보고 1천만 원인 줄 알고 내가 내어도 부끄럽지 않겠구나 싶었다.

선정이 되고 "상금이 천만 원이지요 " 물으니 무슨 말이냔다 "오천만 원'아라고 천만 원은 공무원에게만 해당되는 규칙이란다. 아마 그 상이 아니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또 다른 이야기

천만 원 이 아니던가요 아니요 3명이 한 달 동안 전시하고 평가를 거쳐 한 명을 선정해서 그 한 명에게 천만 원을 줍니다. 안 하렵니다. 한 달 동안 그 돈을 보고 기다린다는 것은 나에겐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고 수상을 못했을 땐 또 얼마나 지옥 같을 것인가

며칠 뒤에 다시 연락이 왔다 그럼 세 사람에게 나누어 시상하면 하시렵니까

그래도 안 하렵니다. 왜 똥고집을 부리는 것일까. 아이들이 굶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기다렸을까? 싶다.

결국 다시 상을 받으라고 이산하 시인이 억수같이 비 내리는 밤에 찾아왔다.

"기다렸어요"라고 말하지 못했다.


기다리고 기다린 게 뭘까?

간혹 로또 복권을 산다.

로또는 기다리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보상을 주기도 한다. 보상을 주는 기다림은 '복권밖에 없었다.


대학 때 하숙집에서 주택복권을 샀다. 그 기다림 외에는 다른 기다림이 없었다.

신문에 나와 있는 당첨 번호를 확인했다. 1등이었다. 심호흡을 하고 옆 방 선배에게 자랑 겸 확인을 부탁했다. 1등이 맞단다. 아주 몇 분, 1등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나보다 더 흥분하고 있던 선배가

"아니야 가운데 번호가 틀렸네 "란다. 심리적으로 조를 맞추어보고 뒤번호도 맞추어보는데 가운데 숫자가 나의 것은 8이고 당첨번호는 0이었다. 헷갈릴만했다.


꿈이 이상해서 누군가에게 주택복권을 사 오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돈이 없었다며 5장만 사 왔는데 뒷 번호 하나가 틀렸다. 당시에는 번호가 다 맞던지 조만 틀려야 하는데 뒷번호 하나만 틀려도 주어지는 보상은 없었다

최근에

복권을 자주 사지를 못했는데 하나를 샀다. 번호 하나가 틀렸다.

그래도 3등이었다.

5만 원은 그런대로 자주 맞혔다. 이건 기다리지 않고 무념하게 기다리는 훈련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나에겐 복권만큼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는 게 없었다.

로또를 산 숫자보다 지원서를 낸 숫자가 더 많았을 것이다.

부산에 와 밥벌이가 필요했다. 도시재생, 도서관 동사무소 노인센터 이력서를 들고 안 가본 데가 없었다. 아기 멧돼지처럼 기다려도 엄마 멧돼지처럼 소식이 없었다. 이후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셀레는 기다림이 사라지고 있다.


아기 멧돼지는 운이 없었던 것이다. 아기멧돼지 실종사건은 수없이 일어나는 자연의 냉정한 질서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라고 여겨야 할까. 때로는 그 기다림이 헛되고 비극적이고

어떨 땐 기대하지 않은 기쁨을 맞을 수밖에 없다. 사람의 욕망이란 게 아기 멧돼지의 기다림 같다.

아기멧돼지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그냥 스스로 자연에서 엄마 찾아 3만 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나에게 글을 쓸 시간이 무한정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 무엇을 기다리냐고 물을 때 답할 수 있어야 했다.

그 자리에서 멧돼지처럼 삵에게, 돈의 사회에 먹히길 기다리지 말고 ,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아기 멧돼지가 되어 보려고. 그렇게 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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