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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Mar 22. 2023

봄을 나눠드립니다

춘분(春分) 



봄은 찾아왔건만
세상사 쓸쓸하구나




春來不似春


어제는 춘분(春分)이었습니다,

한자 뜻 그대로 봄을 나누다는 뜻을 지닌 날입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날인 것은 알고 있지만

예로부터 농사짓는 우리네 선조들에게 춘분은

한 해의 결실을 향해 새롭게 출발하는 의미가 있는 절기이었습니다.

봄보리를 갈고 싹트기 전 땅을 갈아엎는 춘경(春耕)을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남도엔 꽃이 이미 지천입니다.

내가 사는 이곳에도 벚꽃 개화 예정은 4월 초순이라 하지만

이미 조생종 들은 이미 제철입니다.




날씨가 흐려 아쉽습니다.

그레도

개나리는 이미 푸른 잎을 피어 올리고

지천에 아지랑이가 올라 오지만

우리네 마음에 아직 봄은 멀었습니다.


교회력으로 사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왜 항상 예수님의 고난을 생각하고

절제와 고통을 기념해야 하는 기간이

지천에 진달래 개나리 벚꽃 산수유, 목련,

만발한 이 아름다운 봄날인가 탓하며

만물이 생동하는 이 아름다운 봄날

나는 자책하고 괴로워하고 절제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산등성이 아련한 저 미세먼지들을 보면

최류가스 자욱한 교정이 떠오르고

기쁨의 봄날은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았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봄날은 생명의 축복이 아니라

보릿고개의 어두운 터널의

한가운데였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네 DNA에 깊숙이 박혀 있는

2.28, 4.3, 4.19. 5.17. 6.10......

그리고 0416

숫자만으로도 우리의 봄을 

모조리 떠올릴 수 있는

슬픈 역사들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하튼, 봄은 왔습니다.

미세먼지 자욱해도 봄입니다.

나라꼴이 뒤숭숭해도 봄 맞습니다.

온종일 찔레꽃 따먹다

배앓이하는 밤이 찾아와도

봄 맞습니다.



춘분(春分)


이런 팍팍한 날들 중에

내게 한 줌 희망이 있다면

봄빛이 있다면

춘분(春分)

온 힘을 다해 이 봄을 나눠봐야겠습니다.

자,.. 남도에서

봄 던집니다


다들 달려와 봄 받아 가세요~~~~~~~

기쁨과 희망이 피어나는 봄

사람 살만한 봄

힘들고 지친 어깨에

위로가 될 이 봄을 나눕니다~~~~

맘껏 받아 가세요~~


천지사방 흩날리는 벗꽃잎 처럼

먼산에 우렁우렁 자리잡은

진달래더미들처러

모자란 것들 끼리 모여

봄을 나눕니다.

" 봄봄봄 봄이로 구나

봄봄 ~~~~~~~~"




아직 봄이 오지 않는 그림 /펜앤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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