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풀어보는 예술, 예술가, 그리고 삶
항공촬영을 업으로 하던 사진작가분이 한분 계셨습니다. 어느 날 조그만 저수지 옆 폐교에 정착했습니다.
우연히 하늘에서 본 풍경에 매료되어 남은 여생을 그곳에서 사진과 함께 보내리라 마음을 먹고 사진마을이라는 팻말을 붙여 놓고 혼자만의 놀이터를 만들고자 하신 것입니다.
아직은 오가는 사람도 없고 그냥 빈 교실에 본인이 찍어 둔 커다란 사진들 몇 점 걸어 놓고 언젠가 이곳이 자신의 명소가 되리라 꿈꾸며 낡은 폐교를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폐교에도 가을이 들고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과수원 끝자락에 꿈길 같이 피어오른 코스모스 꽃 무더기를 보고, 곧장 그는 시내로 향해 낡은 피아노 한 대를 차에 싣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코스모스 꽃더미 한가운데 낡은 피아노를 놓아두고 사진 한 장을 찍어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무엇하나 손대지 못한 채 낡은 폐교 상태인 그곳에 젊은이들이 발길이 잦아지고, 사진의 숨은 명소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이 오고 얼어붙은 저수지가에 비닐하우스 한 동을 세우고 썰매와 어묵을 가져다 두고 지인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마을 축제도 약소하게나마 시작하고 조용하던 마을이 조금씩 요동쳤습니다.
시에서 이 사실을 알고 지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타 지역 사례들을 참조하고 폐교를 문화 기지로 만드는 사례들이 참조하고 사업을 입안하였습니다. 시는 어렵게 예산을 세워 임대 중이던 폐교를 매입할 자금과 리모델링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사업자 모집 공고를 냅니다
시는 당연히 문화사업을 특정 개인에게 내어 줄 수 없기에 정당한 절차를 거쳐 사업주체를 만들어 새롭게 사진마을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을 시작한 한 사진작가는 지방정부의 관심이 시작됨으로 자신의 여생을 보내고자 했던 피아노가 있는 사진마을에서 퇴거를 당하고 맙니다.
그는 사업자 선정과 같은 일련의 과정에 온몸으로 맞서 항의했지만 고소와 고발 외에는 타향 출신의 퇴역한 사진작가에게 돌아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 일이 있은 지 십 년 가까이 흐른 지금, 그곳은 낡은 폐교의 흔적은 지워진 채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고 마을 영농조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피아노가 있는 풍경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 졌습니다, 행정이 예술을 지원하고자 했으나 결국은 행정이 예술을 말살하고만 전형적인 사건중 하나입니다.
예술은 예술가에게 맡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