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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Dec 23. 2019

가을 햇살

가을 햇살이 눈부셔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산책길에도 따라오고

노란 풀꽃 아래에도 붙어서

햇살은 날 따라옵니다.

남은 햇살 하나까지 따라와서

내 속을 보자 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아직 여물지 못한 내 속을

마지막까지 보자 하는 것 같습니다.

점점 시려오는

강물에도 남은 햇살을 뿌리고

나뭇가지에도 햇살은 온종일 걸려 있습니다.

이렇게 가을은 제 남은 것을

다 주고 가나 봅니다.

고개 숙인 내 머리 위에도 햇살은

따라옵니다.

숨을 곳이 없습니다.

하는 수 없지요.

복잡한 내 속도 펴서

햇살에 말리는 수밖에.



발갛게 가지 끝에 몇 남은 감처럼

내 속도 투명해지고 싶은 날입니다


                                                                   -2001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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