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눈부셔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산책길에도 따라오고
노란 풀꽃 아래에도 붙어서
햇살은 날 따라옵니다.
남은 햇살 하나까지 따라와서
내 속을 보자 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아직 여물지 못한 내 속을
마지막까지 보자 하는 것 같습니다.
점점 시려오는
강물에도 남은 햇살을 뿌리고
나뭇가지에도 햇살은 온종일 걸려 있습니다.
이렇게 가을은 제 남은 것을
다 주고 가나 봅니다.
고개 숙인 내 머리 위에도 햇살은
따라옵니다.
숨을 곳이 없습니다.
하는 수 없지요.
복잡한 내 속도 펴서
햇살에 말리는 수밖에.
발갛게 가지 끝에 몇 남은 감처럼
내 속도 투명해지고 싶은 날입니다
-2001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