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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시 Jan 18. 2021

러너라면 이젠 트레일 러닝 하라!

트레일 러닝=달리기+등산+걷기

 인스타그램을 보면 <런린이>, <산린이>이라는 키워드로 해시태그를 단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사진으로 달리기와 등산을 인증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런린이와 산린이는 런+어린이, 산+어린이의 신종 합성어다. 여기서 세종대왕이 창제한 번듯한 한글이 있는데 무슨 듣보잡 이야기를 한다면? 당신은 분명 이런 말을 들을 것이다.

꼰대!


 왜 갑자기 산린이와 런린이라는 용어가 생겼을까? 새로 달리기와 등산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서일 것이다. 아저씨 아줌마들이 하던 등산에 2030 Z세대가 열광하고 사십 대 남성이 주로 하던 달리기에 2030 여성들이 열광한다. 자기 관리와 건강함이란 가치가 사회적으로 중요해진 탓이다. 이에 더해 멋진 사진 하나로 나를 표현하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도 큰 몫을 했다.

 등산이랑 달리기는 아저씨 아줌마들이나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당신은 이런 대답을 들을 것이다. 젊은 꼰대!


 트레일 러닝은 달리기와 등산을 합한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전적 의미는 좀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만 꼭 그걸 알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트레일 러닝이 산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트레일의 뜻이 오솔길 또는 산길이기도 하니 그냥 산 달리기라 생각하면 된다. 대신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러닝은 걷지 않고 뛰는 거라면 트레일 러닝은 걷거나 뛰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러닝이라고 해놓고 뛰면 되나?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트레일 런린이다. 가파른 산을 오를 때 모두가 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언덕이 가파를수록 걷는 비율이 늘고 내리막이 가파를수록 걸어야 한다. 그래야 트레일 러닝을 오래 즐길 수 있다.


 왜 트레일 러닝을 해야 할까? 코로나에 지친 당신과 당신의 달리기에 새로운 설렘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여행도 못 가고 사람도 못 만나는 당신을 위한 충분한 대안이 될 것이다. 요즘 트레일 러너들이 많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로 마라톤 대회가 없으니 달리기 재미가 툭 떨어질 수 있다. 마라톤 대회가 일상 달리기를 특별하게 만들었는데 올해도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사람은 누구나 지루해지면 새로운 것을 찾는다. 그것도 아니면 그만두거나. 아무리 예쁜 여성 또는 멋진 남성과 연애를 해도 결국 마지막에는 몹쓸 거시기는 꼭 찾아온다.  놈! 또는 그 니은! 권태기!


 산길을 달리면 반드시 인생 사진 한 장은 건진다. 인생 사진으로 뭘 해야 할까? 인스타에 올려야지 뭘 해? 그럼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꼭 있다. SNS가 세상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던데? 그런 사람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어, 너는 하지 마. 누가 너한테 하라고 한 사람 없어."


 당신이 이미 러너라면 트레일 러닝은 힘들지 않을 것이다. 왜냐고?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보다. 조금만 위로 올라가 보자. 아마 걸어도 된다는 문장이 눈에 띌 것이다. 트레일 러닝은 굉장히 관대한 운동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관대한 것처럼.

 대신 조금 조심하자. 산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언제나 나오고 길도 미끄럽다. 등산할 때 등산화를 신어야 하는 것처럼 트레일 러닝화 하나는 장만하자.


 나는 트레일 러닝이 뭔지도 모르고 산에서 달릴 때는 아디다스 트레일 러닝화를 신었다. 뭣도 모르던 시절이니 그게 좋은지 나쁜지도 몰랐다.

 서울 둘레길을 달릴 때는 컬럼비아 몬트레일을 신었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인터넷으로 사서 가격도 쌌다. 그걸 신고 화대 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48km)를 완주했는데 발이 얼마나 아프다고 화를 내는지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지리산은 돌과 자갈 천지였는데 그 러닝화는 바닥이 너무 말랑했던 거다.


 영남알프스 44km 때는 호카의 에보마파테를 신었다. 서울 둘레길 한두 코스 연습하고 바로 대회에 실전으로 신었다. 정말 탁월한 성능을 보여줬다. 달리면서 감탄했다. 문제는 완주하고 난 뒤였다. 사망신고를 해야 할 만큼 신발이 여기저기 터지고 상처가 나 있었다. 집에 와서 버리기 직전에 친구가 AS 신청하면 무상으로 해준다고 했다. 손해 보는 건 아니라 보냈다. 다행히 심폐소생술을 해놔서 신을만하다. 대신 정이 안 가서 신발장에 처박아놨다. 한 번 신뢰를 잃은 연인에게도 이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내가 하려는 말은 트레일 러닝화도 용도에 맞게 사야 한다는 거다. 그냥 러닝화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동네 산보할 때는 기본에 튼튼하지만 저렴한 러닝화도 좋다. 실력이 쌓여 대회에 간다면 가볍고 대회의 코스에 적합한 트레일 러닝화를 사야 한다.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성능과 내구성, 브랜드, 가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물론 선택은 당신이 한다.


 그 외 준비물은 물과 간식이다. 혹시 밤에 산에 있어야 할 수도 있으니 헤드랜턴도 있으면 좋다. 나머지는 등산할 때 챙기는 준비물이면 된다. 트레일 러닝 대회 때는 대회 주최 측에서 준비물을 안내해 주니 따르면 된다. 대회는 한참 뒤의 이야기니까 아직 생각 안 해도 될 것이다. 아, 너무 많이 챙기지 말자. 뛰고 싶을 때 달리기 못한다. 최대한 짐을 줄이되 꼭 필요한 건 챙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울은 트레일 러닝을 하기에 최적화된 도시다. 어디에 살던 지하철 한두 코스만 나가면 서울 둘레길에 진입할 수 있다. 안양천 코스만 빼면 모두 산 하나는 만난다. 그곳을 달리며 가슴이 뚫리는 기분을 느끼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도 갖자. 가끔 트레일 러닝을 하는 멋진 남자와 여자를 만날 수도 있는데 그냥 바라만 보자. 요즘 괜히 들이댔다가 큰일 나는 수가 있으니까. 대신 인사는 적극적으로 하자. 달리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대체로 사람도 좋아하더라.


 서울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지자체마다 둘레길 만들기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지자체마다 경쟁을 하는 느낌이 든다. 그들이 경쟁할수록 우리 러너들은 누릴 공간이 많으니 손뼉 치면 된다. 물론 거기 들어가는 돈은 다 우리 호주머니에서 털어간 거다.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그러니 더 마음껏 누리자.


 이제 트레일 러닝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가? 꼭 해보길 바란다. 나는 작년에 가장 기억에 남는 달리기가 화대 종주였고 가장 행복했던 달리기가 영남 알프스였고 가장 알찬 달리기가 서울 둘레길 완주였다. 그만큼 트레일 러닝은 매력적이다. 특히나 작년처럼 대회가 없는 상황에선 러너라면 반드시 산으로 가서 달리라고 권하고 싶다. 색다른 경험과 또 다른 뿌듯함을 누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의사항 두 가지만. 하나는 가능하면 두 명 이상 가기를 바란다. 산은 어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부상당해 혼자서 몇 시간 버텨야 할 수도 있으니까. 얼마나 무섭겠는가? 물론 호랑이와 곰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앗, 지리산에선 다르다. 거기 반달곰이 있고 실제로 작년 화대 종주 대회 때는 곰을 목격한 사람도 있으니.

 또 하나는 트레일 러닝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느니 내리막에 쓸 힘을 남겨둬야 한다. 트레일 러닝은 정상이 끝이 아니다. 내려와야 끝이다. 그러니 즐긴다는 마음으로 누려야지 기록 내야지 하고 혼신의 힘을 쏟아내면 자칫 첫 도전이 끝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물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니 꼭 여분으로 챙기길 바란다.



 

아직 트레일 러닝을 해보지 않은 산린이 런린이라면 올해는 과감히 트레일 러닝에 도전하길 바랍니다. 혹시라도 트레일 러닝을 하는 러너를 만나면 우리 같이 반갑게 인사해요. "반갑습니다. 멋지십니다. 파이팅!"

저는 러너 막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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