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가 찾는 사람이 되는 법

by 간질간질

아침부터 단일화 이야기에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처럼 멍한 기분의 수제비다. 정치인들을 믿지 않았다고 확신했는데 한 구석 믿음이 있었나 보다. 쓰다. 잊은 줄 알았던 과거의 애인의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 쓴 맛과 비슷하다. 애인과 정치인 모두 보이지 않게 마음 바닥에 감춰 놓았던 거다. 그리고는 버렸다고 혼자 믿고 있었다. 보이는 곳만 깔끔 떨며 닦다가 식탁 아래를 본 것이다. 거기엔 행주질이 닿지 않은 온갖 음식 자국들이 붙어 있다. 별 수 있나 행주질을 하든지 아니면 식탁 아래를 안보든지 할 밖에.


수제비에게 가끔 '작가님~'이라는 메일이 온다. 여유롭지 않은 살림에 외고 청탁 메일은 감사할 일이다. 정성스레 답변을 보냈다. 부푼 기대감이 무너지는 것은 곧 연락할 것 같았던 메일의 약속을 믿는 크기에 비례한다. 대부분의 메일은 답이 없다. 열에 한두 개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신기했다. 그렇게 급하게 집요하게 메일을 두세 번 보내고 인스타로 연락하던 사람들인데 회신이 없다. 처음엔 메일 내용이 부실했나 자책했고, 몇 번을 당하다 보니 그 업계의 룰이란 것을 깨달았다. 둔감한 수제비는 한두 번을 지나 서너 번이나 똑같은 뒤통수를 맞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답정너라고 하나? 외고 청탁을 주로 하는 대행사들은 프로 낚시꾼처럼 떡밥을 던진다. 거기에 물고기가 물면 낚아채고 자기가 원하는 물고기가 아니면 버린다. 계속해서 원하는 물고기가 낚일 때까지 떡밥을 던진다. 수제비는 기쁘게 미끼를 물었고 매번 낚싯바늘에 입만 찢어진 것이다. 붕어보다는 현명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혼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블랙리스트에는 떡밥을 뿌리고 가는 낚시꾼들을 걸러내기 위한 자료들이 차곡 싸였다.


한 곳은 명확히 알았다. 특정 통신사 SNS 채널을 대행하는 곳. 꾸준하다. 몇 년간 사람이 바뀌어 가면서 똑같은 패턴이다. 누가 가르치는지 몰라도 똑같은 문장과 똑같은 미끼를 던진다. 물면 답이 없다. 원하는 물고기가 아니니까. 돈은 아쉽지만 물지 않는다. 붕어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새로운 낚시꾼에겐 어김없이 낚인다. 공손하고 집요하고 다급하게 여러 채널로 수제비에게 연락을 한 외고 청탁사가 있다. 낚였다. 1월에 낚였고, 3월까지 답이 없다.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모이면 험담 주인공이 되는 사람이 있다. 다들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모두가 만난다. 먹을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욕을 하든 나쁜 사람이든 먹을 것을 가지고 있으면 위엔 사람이 있다. 수제비를 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무능하고 튀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 정도야 들을지 몰라도 싫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수제비를 찾는 사람은 없다. 수제비는 줄 수 있는 먹을 것이 없다.


사람은 먹고살아야 한다. 먹을 거에 끌리는 것은 당연하다. 먹을 거를 주는 손이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도 먹을 을 것을 받을 수 있다면 사람이 있다. 손이 깨끗하고 향기가 나더라도 빈 손을 찾는 사람은 없다. 빈손을 가진 사람 주위엔 항상 낚시꾼들이 미끼를 던지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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