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양의 사체

by 간질간질

이반이 망을 보며 앉아 있는 바위 앞이 북적인다. 이곳은 바스코가 앉아 있던 곳이기도 하고, 양들의 마을을 지키는 수호자의 바위라 부르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고개를 들면 양들의 마을이 한눈에 보이기도 하고, 침입자의 냄새를 바람이 실어다 주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바스코는 동상처럼 하루 종일 이곳을 지켰지만, 이반은 보일 때도 있고 안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이반에게 그리고 늑대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곧 나타나리라 믿고, 또 저렇게 커다란 늑대가 모습을 드러내니 다른 왜소한 침입자들은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할 거라 믿었다.

바스코가 있을 때는 아무나 지나가며 바스코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불만이 있으면 바스코 앞에서 그림자의 방향이 바뀔 만큼 시간 동안 앞에서 시위를 했다. 반갑게 인사를 할 때도 불만의 목소리를 지를 때도 바스코에게 인사를 하면 바스코는 맞아줬다. 그래서, 그 바위 앞에는 항상 양마을과 관련된 누군가는 있었다. 아무 일도 없는 시간에도 바스코의 친구인 마떼오가 어슬렁 거렸고 새들은 항상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주위를 맴돌았다.

이반이 바위에 오르자 자연스럽게 변했다. 이반이 누군가를 물려고 하거나 으르렁 소리를 낸 것도 아니지만 양들은 지나가며 힐끗힐끗 쳐다볼 뿐이다. 이반이 자세를 바꾸려 앞 발을 움직였을 뿐이지만 근처에 있던 양들은 본능적으로 도망가버렸다. 새들도 슈잉같이 익숙한 치를 제외하면 이반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어느새 그 바위는 존엄의 바위로 불리고 함부로 다가가면 안 되는 곳으로 여겨졌다.


그러던 바위 앞에 모든 종류의 양과 개와 늑대와 새가 몰려서 북새통이다. 누구는 소리를 지르고, 누구는 울고 있고, 누구는 두려운 눈빛이다. 몰려 있는 양과 개와 늑대와 새들이 몰려 있어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궁금해하는 것을 못 참는 새들이 날갯짓으로 위로 올라 쳐다본다. 둥그렇게 모여 있는 가운데 뭔가 놓여 있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간 새는 곧 가운데 놓인 것이 어떤 양의 사체임을 알아차렸다.


양의 사체를 가운데에 놓고 바위 앞에 모인 무리의 앞줄에는 양들의 대표자이며, 대변자이며, 고귀한 자들이라 불리는 세명의 양이 심각한 얼굴로 한참 동안이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직 이반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짙푸른 풀잎을 지워버릴 듯한 검붉은 색깔이 모아 놓은 나뭇잎 옆으로 흐르고 있다.


이반이 나타났다. 그리고 바위 위로 올랐다. 양들의 원로 중 하나인 나시르가 나서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수호자님. 이렇게 끔찍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음을 불편히 여기지 마시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반은 평소처럼 이번에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이반 주위에는 항상 '바람의 송곳니'들만이 있었고 누구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려 했다.


"사고인지, 살해인지 알 수 없으나 우리 양들 중 하나가 죽어버렸습니다."

양의 죽음. 늑대가 들어오고 나서 벌어진 첫 죽음이다. 생명이야 나고 스러지는 것이 당연한 것일 텐데 이렇게 모두가 모인 것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호자께서 아시겠지만 양들의 마을에 살고 있는 양은 하늘의 구름만큼이나 많이 있습죠. 그러니 누군가 죽거나 태어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나시르는 균형을 맞추듯 조심스럽게 삶과 죽음이라는 양팔 저울에 이야기의 무게를 담기 시작했다.

"죽은 아이는 젊은 양입니다. 병이 있거나 하지도 않았죠. 실수로 발을 헛디딜 만큼 저처럼 나이 들거나 눈이 어둡거나 발굽이 무른 양이 아닙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이유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다음 달에 혼례를 치르기로 한 약혼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나시르는 보통의 죽음이 아니라는 무게의 말을 저울에 올리는 중이다.


"하지만, 외람되게도 누군가 죽인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엔 몸이 깨끗합니다. 목에 이빨 자국도 없고 가슴이나 등 어디에도 발톱 자국이 없습니다. 양을 먹이로 보는 짐승의 소행이라 볼 증거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나시르는 이상한 죽음이지만 늑대 때문이 아니라는 무게추를 더해 균형을 잡는다.


"그래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수호자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나시르는 조율사답게 양쪽의 의견을 정리해 보고했다.


긴 시간이 흐르도록 이반은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그리곤


"나는 내가 직접 사냥하지 않은 것은 먹지 않는다"라고 말하곤 돌아섰다.


니콜라이는 분노가, 막시밀리안은 계산이, 나시르는 라훌이 떠올랐다.

바스코는 침묵을, 보리스는 협상을, 마떼오는 절망을 품었다.

올리버와 올리비아는 몸이 떨렸다. 올리버는 웃음과 전율로, 올리비아는 울음과 공포로

슈잉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라훌은 자신의 털색과 같이 생각도 깊어졌다.



수제비가 돌멩이에게 물었다.

"왜 그림이 없니?"

"그리기 귀찮아서..."


수제비가 또 물었다.

"이야기 흐름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괜찮아 나중에 고치면 되지..."


수제비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건 독자에게 너무 무례한 거 아니야?"

"수제비와 나 빼면 누가 내 글을 읽는다고..."


돌멩이는 가끔씩 소름 끼치게 자기의 수준을 잘 알고 있다.

수제비는 힘내라고 응원해줬다.

"그래. 연말까지 천천히 써보도록 해"

"아니야. 이번 달 안에 응모해야 수상할 수 있어"


돌멩이는 자주 소름 돋도록 자기의 수준을 잘 모른 체 당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