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는 말장난을 즐긴다. 수제비가 돌멩이를 만나던 초기에 돌멩이의 말장난은 무료한 수제비의 일상에 잔잔한 무늬를 만들어 주는 매력적인 자극이었지만 지금은 수제비의 주먹과 심장박동을 소환하는 흑마법의 주술일 뿐이다.
"모든 날들이 내게 있으면 좋겠어"
돌멩이가 돌을 던진다. 어느 개구리를 맞출지 모르는 아리랑 궤적을 그리는 돌. 야구 경기에서 벌어지는 불규칙 바운드. 돌멩이가 돌을 던지면 매번 불규칙이 생겨난다. 돌멩이의 머릿속 공장에서 생성되는 카오스가 돌멩이의 손에서도 발사된다. 수비인 수제비 선수 이번엔 어떻게 대응할까?
"그 날들을 모아서 뭐 할 건데? 너만의 날로도 벅차 보이는데?"
가장 좋은 수비 방법. 질문에 대한 답이 어려울 땐 같이 질문을 한다. 수제비의 몸은 이미 돌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각도를 좁힌다.
"나는 예리한 수술용 칼날을 가질 거야. 그걸로 수제비에겐 오뚝한 콧날을 줄게. "
의술의 힘을 빌지 않은 수제비의 콧대는 몽고 인종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편안히 주저앉음. 돌멩이가 보여주는 선의의 미소. 곧 악마의 미소. 가장 난도 높은 표정. 이해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100% 순전한 마음으로 상대방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표정. 어느 한 구석에도 악의는 없지만 악마도 두려워할 가장 악마적인 행동이다.
수제비는 직감적으로 막아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니가 죽을 날을 정했구나?"
수제비가 몸을 날려 튀는 공을 잡고 1루에 뿌린다. 아슬아슬하게 돌멩이를 아웃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걸음아 날 살려라!"
돌멩이는 낡은 소파의 낡은 스프링이 내는 가련한 찌그덕 거림을 이용한 폴짝 뛰기로 문턱을 넘어가 외친다.
"세이프!"'
돌멩이와 수제비의 새털같이 많은 날 중에 한 날이 또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