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명을 뽑는대!

by 간질간질

돌멩이가 카톡을 보냈다.


돌 : 나도 지원하고 싶다

수 : 넌 개발자가 아니잖아

돌 : 알아. 그래도 지원하고 싶다고

수 : 그럼 지원해 봐

돌 : 되겠어?

수 :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도와줘도 안되는건 안돼

돌 : 니가 지원할래?

수 : 바쁘다

돌 : 개발 안 배우고 뭐 했을까?

수 : 뭔들 배웠을까?

돌 : 오늘 왜 그래?

수 : 바빠


돌멩이는 못 내 아쉬웠나 보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카톡이 온다.


돌 : 혹시 네이버에 아는 사람 없니?

수 : 네이버 쓰는 사람은 알아

돌 : 아니 네이버 임원 중에

수 : 네이버 창업자는 알아

돌 : 오!

수 : 창업자가 나를 몰라

돌 : 오.....


돌멩이는 심심한가 보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는데 또 온다.


돌 :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방송국 CP가 있는데

수 : ㅇㅇ

돌 : 유명한 사람이야. 주위에 나랑 친하다고 얘기해도 된다고 그사람한테 인증받았어

수 : 그래


갑자기 수제비의 옛 기억이 소환됐다. 매체사 편집국에는 얼마나 유명인과 절친이고, 잘 알고, 뭐든 연락만 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대부분은 절반만 맞았다. 생면부지의 사람과 비교하면 친하다고 할 수 있고, 모르지는 않으니 안다고 할 수는 있고, 연락이 닿으니 연락된다고 볼 수 도 있다. 중요한 건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이다. 상대방이 유명인일수록 주위에 그 사람을 안다고 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그 사람을 안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저 자기의 외모가 추하니 화려한 고가의 액세서리를 달고 나타나 나를 칭송하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그 사람과 친하다고 말해줌으로써 상대방이 고마워하면 모를까, 내가 그 사람과 친하다고 내가 얘기하는 것은 당최 김 빠진 맥주보다 못하다. 뜨거운 여름철 목이 타는 사람에게 "기다려봐. 내가 아주 시원한 맥주를 내 올 테니까!"라고 말하곤 뚜껑을 딴지 오래된 미지근한 맥주를 내오는 것과 같다. 그건 맥주라기보다는 누가 몰래 싸 놓은 오줌 같다. 억지로 한 모금 들이켜도 찝찝함만 남는다.

수제비는 돌멩이에게 말을 할까 하다 말았다. 정말 못생긴 사람에게 "너는 정말 못 생겼구나"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정직한 행동이라고 논리적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분명 잔인한 짓이다. 사실과 정직이란 말로 얼마나 잔인한 짓을 많이 하고 있는지 정치권을 보면 알게 된다. 이혼 법정에 가도 많이 볼 수 있다. 한 후보가 어제 한 발언 '비강남'은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고,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았지만 매정한 말이다. 겨우 우겨봤자 한강 이남이 강남 3구만을 말하지 않는 의미라고 하는 건데 사람들은 다 안다. 더 많은 숫자의 사람이 비강남 사람이다. 이래저래 돌멩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돌멩이가 지지하는 후보 이야기를 꺼내봤자 죽자고 덤빌 것이 뻔했다.


오늘은 이걸로 끝내고 싶었는데...


돌 : 이 농담 알아? 나의 꿈은 재벌 2세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노력을 하지 않으신다. ㅎㅎㅎ

수 : 니 꿈은 뭐니?

돌 : 재벌 2세

수 : 그럼 아버지가 노력하지 않으신 거구나?

돌 : 그런가? ㅎㅎㅎ


수제비는 카톡을 닫는다. 돌멩이의 아버지를 뵌 적은 없다. 하지만 대충은 그려진다. 아마도 돌멩이의 아버지가 지금 돌멩이의 나이라면 네이버라는 국내 최고의 IT기업에 들어가기 어려웠을 거고, 돌멩이의 할아버지가 재벌이 아니라 물려받을 재산도 없으셨을 거고, 돌멩이의 아버지가 아는 유명인이 있을지 모르지만 유명인이 절친이라고 돌멩이 아버지를 주위에 떠들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돌멩이를 예뻐하고 나라를 걱정하면서 투표하고 회사를 욕하면서 돈을 벌고 그렇게 살아왔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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