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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iteller 토리텔러 Dec 09. 2016

[7-5][부동산] 미스터리

그 이상함

부동산에 대한 마지막 글이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너무너무 이상한 내용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물건에 값을 지불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의 경우지만 가장 특이한 점이야. 혹시, 돈을 미리 다 내고 나서 물건을 받아 본 기억 있어? 그런 경험은 거의 없을 걸. 인터넷에서 사면 그런 경우가 있긴 해. 그리고, 중고거래 할 때 사기당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 미리 돈을 보냈는데 물건이 도착하지 않거나, 이상한 물건이 도착하는 경우. 하지만, 이건 특이한 경우고 굉장히 비싼 물건을 살 때 그런 경우가 있는지 생각해 봐. 


비싼 물건을 신용카드로 사는 경우도 있지만, 신용카드로 긁었다는 건 돈을 내지 않고 물건을 받은 거야. 실제로 돈이 지불되는 시간은 물건을 받고 나서 한 참 뒤에 발생하는 일이지. 하지만, 아파트는 정 반대. 


난 뭘 믿고 돈을 내고 있을까?

지난 [7-3]에 나온 표를 다시 한번 볼까? 총 5.5억 중에 10%에 해당하는 돈을 무조건 한 달 이내에 내야 해. 그리고도 입주하기 전까지 (보통) 2년 동안 돈을 계속해서 내야 돼. 그동안 당신 아파트는? 없어. 존재하지 않아. 건설되고 있을 수는 있지. 하지만, 당신이 살 수 있는 집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


유식한 말로 '선분양제'라고 불러. 물건을 주기 전에 먼저(先) 분양을 한다는 의미야. 최소 10년. 그 이상을 모아야 되는 돈을 들여서 사는 물건인데 당신은 실제 모습을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고 사야 돼. 너무 사기 같잖아? 그래서 '모델하우스'를 지어서 보여줘. 실제 아파트 모습 '같은' 집을 보여주는 거지. 그래서, 내가 그린 그림 속 아파트는 늘 '점선'이야.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어. 


서울은 흔치 않지만 지방의 경우에는 아파트를 짓다가 회사가 망하는 경우가 생겨. 그럼 돈 넣은 사람들은 집도 없고, 돈도 없어지는 황당한 경우가 생기게 돼. 또, '모델 하우스'는 너무 멋지고 좋아 보였는데, 실제 집 지어진 것을 보니 생각과 다르고 벽에 금도 가고 뭔가 하자가 많아. 이런 경우를 당하면 뉴스에 출연하게 되는 거지. 그러다 보니 이른바 대기업이 짓는 '브랜드 아파트'들은 가격이 높아. 적어도 '속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받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대기업 아파트가 최고고 지방 아파트는 모두 몹쓸 물건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야.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금액이 들어가는 아파트 단지 공사를 모두 자기 돈으로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어. 만약, 모두 지어서 팔아야 한다면 정말 대기업 말고는 어려울 테니까. 그렇지만 이 제도는 조금씩이라도 바뀌어야 한다고 봐.


그래서 '전매'와 '프리미엄'이 생기는 거야. 

'전매'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거야. '프리미엄'이란 말도 들어봤을 거고. 줄여서 '피(P)'라고도 해. 먼저, 순수하게 생각해보자. 내가 집을 샀는데, '아뿔싸 해외나 멀리 떠나야 하는 상황'이 생겼어. 그럼 다른 필요한 사람에게 팔면 되겠지? 그렇게 다른 사람이 산 것을 다시 사는 것(=내가 산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전매라고 해. 그래. 전매하면 돼. 그럼 모두가 만족해. 굳이 들어가서 살 수없는 아파트를 파는 사람이나. 사고 싶었던 아파트를 못 산 사람 모두가 만족하겠지?


이번엔 순수하지 않게 생각해 보자. 가장 중요한 가정이 하나 있어야 해. 바로 '부동산 불패'라는 믿음.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라. 나에게 아파트는 필요 없어. 하지만, 청약을 해서 그냥 아파트에 당첨이 돼. 그럼 그 아파트는 어떻게 해? 다른 사람에게 팔아. 그냥 팔아? 아니지. 웃돈을 받아야지. 웃돈이 바로 프리미엄이자 피라는 거야. 


돈은? 2년 동안 돈을 넣는다고 했잖아. 아주 몹쓸 제도 같았지만, 다시 생각해봐. 당신에겐 많은 돈이 필요 없어. 그냥 계약금 정도인 10%만 있으면 돼. 왜? 중간에 팔 거니까. 전체 금액인 5.5억이 있어야 할 필요가 없는 거야. 10%의 금액만 있으면 돼. 잘 안 팔려? 그럼 중도금 대출받으면 돼. 아무튼, 전체 금액이 필요하지 않아. 


아파트로 돈 버는 쉬운 방법

아주 쉬워. 경쟁률이 높은 아파트에 청약을 해. 그래서 당첨이 되면 그걸 중간에 팔아. 그리고 또 다른 분양 단지에 가서 청약을 해. 당첨이 되면 또 팔아. 청약이 그렇게 자주 되냐고? 물론, 안되지. 그러니 내 통장, 엄마 통장, 아빠 통장, 친구 통장 빌려. 


그래. 이런 걸 불법 '청약통장 거래'라고 하는 거야. 식구들이라면 그래도 이해가 되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청약통장을 돈 주고 사는 거지. 


더 자신 있으면 분양된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당신에게 팔라고 해. 그리고 그 집을 사서 다른 사람에게 더 받고 팔아. 이런 걸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이 뉴스에서 나오는 이른바 '떴다방'이야. 중간에 중개만 해주고 수수료 받는 것도 떴다방의 역할 중 하나야. 


P라는 것은 보통 얼마가 붙을까? 아무리 못해도 천만 원 단위야. 억 단위로도 나와. 그러니 사람들이 몰리는 거지.  이게 돈이 된다 싶으면 사람들이 점점 더 몰려서 계속해서 P를 붙이면서 아파트 가격이 더 높아져. 이게 정상이냐고? 아니지!  그래서 정부에서는 청약에 대한 제한을 두는 거고, 전매에 대한 제한도 두는 거야. 최근에 나온 11.3 대책의 핵심 중 하나가 '전매 제한'인 거야.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들은 아파트로 장난치지 말라는 뜻. 


위험은 없을까?

윗부분에 말했어. 이러한 구조는 '아파트 가격이 항상 오른다'라는 가정에서 움직이는 거야.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해봐. 그럼 P라는 것이 생길까? 절대 그럴 리 없어. 안 생겨. 오히려 -P라는 게 생기지. 왜 손해를 보면서도 팔아야 해? 아파트를 살기 위해 구매한 게 아니라 팔려고 구매한 거였으니까. 그런 사람은 내가 살지도 않을 아파트에 엄청난 돈을 넣을 이유가 하나도 없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파는게 더 좋은거야. 왜냐하면, 전체 집 값을 낼 재산이나 방법이 없거든


2017 입주 대란이란?

바로 위에서 말한 위험이 극대화되는 경우를 말하는 거야. 자세한 자료는 찾기 힘드니 그냥 넘어갈게. 아파트에 거품이 꼈다는 말은 실제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이렇게 중간에 돈 받고 팔려고 아파트를 구매하는 가짜 수요(=투기수요)가 늘면서 아파트 가격만 계속 올라가는 거야. 그리고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올라간 아파트 가격을 낼 만한 돈이 없어. 그래도 돈을 빌려주니까 위험을 안고 계속한 거야. 이런 분위기라면 분양가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올라가지.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더 올려. 그리고 물량도 더 늘려. 빨리 팔아 치워야 하니까.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깨달은 거야. 더 이상 아파트를 살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대출이자를 내기도 힘들어. 그렇다고 아파트를 사서 들어갈 돈도 없어. 이 사람의 유일한 선택은 값을 낮춰서라도 아파트를 팔아야 해. 이 사람만 그런 게 아니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야. 그럼 경쟁적으로 집 값이 떨어져. 


가장 위험한 순간은 '잔금'을 치르는 입주시기

잔금은 30%야. 5.5억의 30%면 1.6억을 한 번에 돈을 넣어야 되는 순간. 돈이 없다면 이 돈을 낼 수가 없어. 그전에 무조건 팔아야 해. 대출은 이미 중도금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더 받기 힘들어. 그러니 버티다 버티다 아파트를 팔아야 되는 사람들의 마지노선은 잔금을 치러야 하는 시기이고. 그 시기가 바로 아파트에 입주하는 시기야. 2017년에는 입주물량이 사상 최대라고 해. 누가 먼저 아파트를 내놓을지 모르는 시간이야. 그리고 누군가 내놓기 시작하면 그건 경쟁적으로 더 떨어질 신호탄이기도 해. 그래서, 2017년에 입주대란이라는 단어가 뉴스에 등장하는 거야.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2017년에 아파트 가격 꼭 떨어질 것 같지? 몰라. 아무도 몰라. 우리나라 시장이 그래 왔어. 판단은 당신 몫이야. 그러니 뉴스를 잘 보면서 스스로 한번 판단해봐. 아파트가 떨어질지 오를지.


해주고 싶은 말

아파트로 돈 벌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당신이 살기 좋은 집을 고른다고 생각해 줘. 그러고 나서 그 집을 사. 만약, 집 값이 오르면? 감사한 일이고. 떨어지면? 그래도 한 몸 편하게 뉘울 집이 있는 거니 감사해야지. 



(오늘의 뒷 얘기) 2017년 입주대란이란 기사가 많이 나옵니다. 실제로 어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브렉시트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측했지만 빗나갔죠. 트럼프가 절대 안될것이라고 했지만 역시 빗나갔습니다. 실제로는 그 때가 되어야 알수 있습니다. 각자 판단에 맡겨야죠. 대통령 탄핵도 그래서 실제 벌어지니 결과를 알고 있지 다들 반신반의했었잖아요. 


(수정) 앞 뒷말 맞추기. 빠진 주어 채워 넣기 (201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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