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초등학교에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훌륭하다는 표현이 예스럽다는 것은 알지만
이번에 강의를 다녀온 용인시 기흥초등학교의 학부모님들에게 어울리는 예의를 갖춘 단어라 썼다. 이번 강의는 나에게도 즐거운 일이었다. 모인 분들의 숫자가 많아서가 아니고 적게 모여서 부담 없었다는 말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돈을 많이 받아서도 아니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 발표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듣는 사람들의 태도다. 적절한 리액션으로 내가 매우 강의를 잘하는 사람이 된 것처럼 만드는 청중이었다. 나의 세 번째 책의 주제인 '재테크는 모르지만 아이는 부자로 키우고 싶어'로 초등학교 학생을 둔 학부모를 위한 강의였다. 경제교육은 아이들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믿고, 거기에 공감해주시는 부모님들을 위해서라면 최대한 시간을 내려고 한다.
관객이 완성시키는 공연
회사에서의 발표 시간이 재미없는 이유는 내용이 심각한 것 도 있겠지만, 아마 청중의 태도 때문이 아닌가 싶다. 주로 발표를 듣는 사람들은 회사의 임원이나 의사 결정권자들이다. 그리고, 발표자는 대부분 그들의 지시를 받는 일반 직원들. 당연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발견하려고 하지, '무엇을 배울까?'는 관심이 없다. 이런 발표는 아무리 내용이 충실하더라도 재미없고, 지루하다. TED나 유명인사들이 하는 강의는 매우 재미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를 떠나 '들으려고 열린 귀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흥초등학교 강의는 그래서 행운이었다.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숨김없이 반응을 보여준 덕분에 내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할 수 있었다. 사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해 버렸지만, 적절한 리액션 - 썰렁함-을 보여주셨길래 더 망하기 전에 멈출 수 있었다.
과분한 경험
원래 내가 쓴 책에 사인을 하지 않는다. 농담인 줄 알지만 진지하게 "중고로 팔려면 뭔가 쓰여있지 않아야 가격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고마운 분들에게 책을 전달한다. 그냥 책 한 권이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무려 두 권이나 책을 가져오신 분. 예의상 그냥 가져온 것이 아니라는 것은 책 사이사이에 끼워져 있는 포스트잇 개수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뭔가 멋진 사인을 하고 싶었지만 해본 적 없어 지루하고 특이하지 않은 서명을 할 수밖에 없어 죄송하다.
스마트폰으로 강의하는 모습을 찍는 것을 봤다. 그러려니 했다. 요즘 촬영 많이 하고 어떤 형태로든 인증을 남기는 것은 흔한 것이니까. 과분했던 것은 사진을 나에게 보내주신 것이고 죄송했던 것은 '아! 살 뺄 것 + 아! 마스크는 잘 정리했어야 했는데'라는 것. 자주 거울을 봐야겠다. 남이 찍어준 내 사진을 보는 순간 객관적인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 사진을 올리려다 포기했다. 얼굴도 별로인데 별로인 몸매까지 드러낼 필요는 없겠다.
강의 재밌었다며, 다른 곳도 많이 하시라는 이야기가 얼마나 듣기 좋았던지, 운전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간이 되어서야 화장실을 들렀어야 했다는 것과 배가 아플 정도로 고프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고속화 도로를 탄 나에게 선택권은 오직 직진뿐이었다. 다행히 사고 없이 마무리되었다.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준비해주신 기흥초등학교 학부모 회장님과 참석해 주셔서 즐겁게 들어주신 부모님들, 그리고 장소를 내주신 교장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요즘 초등학교 참 예쁘고 시설도 좋더군요.
○ 마음을 열고 읽으면 참 좋은 책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