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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n Mar 02. 2021

넌 정말 좋겠다

내가 네 엄마라서


나는 하루에도 여러  아이에게 말한다


너는 정말 좋겠다. 내가  엄마라서~~


사실, 아이는 이런 식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서도 자주 듣는다. 그 이유는 보통 이러하다.


1. 늘 둘이 붙어 지낸다.(시간이 많은 엄마라서)

2. 하는 일이 뭔가를 만드는 일이다. (이것저것 재료도 많고 손재주도 많은 엄마라서)

3. 아이와 친하다. (형제자매가 없으니 내가 그 역할까지 대신해줘야 해서)


특히 일적으로 만난 이들은 대체로 2번의 이유로

아이에게 '와 우진이는 정말 좋겠다~ 부럽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아이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이런저런 재료들을 꺼내서 같이 만드는 활동을 자연스럽게  많이 하다 보니, 친구들도 집으로 돌아가서 엄마들에게 그런 얘기를 한다고 들었다.

엄마 우진이 집에는 예쁜 게 많아. 우진이 엄마는 뭘 엄청 잘 만들어-이런 이야기들.


그러나

과연 우진이는 좋을까?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아이에게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좋고 나쁜 것 없이. 태어날 때부터 자기에게 주어진 디폴트 조건.


실제로,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이는 ? 하는 표정으로 대답을 망설인다.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미안한 것투성이다.

  능력 있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적당히만 능력 있고 상당히 나태해서 미안하고,

나의 시간 나의 공간이 중요한 엄마라서-때때로 아이에게도 거리를 요구해서 미안하고,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나서 미안하고,

요리와는 대면 대면한 사이라서 미안하고,

생각과 마음이 뾰족한 삼각형 같은 엄마라서 미안하고,  가끔 자주 귀가 팔랑 거려서 미안하고,

쿨함과 지질함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엄마라서 미안하고,   좋은 유전자를  물려줘서 미안하고.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나는 부족한 것이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 부족해서 감사한 자질이 있으니 그건 바로 자기 연민이다.

나에게 일어난 나쁜 일들이나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서 화를 내고 스트레스를 받을지언정, 자기 연민에는 빠져들지 않는다. 자기 연민은 자기 위안의 못난 얼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 연민의 못난 마음이 몰려들 때마다

에잇 앞으로 더 잘하면 되지! 라던지

어우 그래도 나 같은 엄마가 어딨어~! 라며

가슴과 배를 내밀며 뻔뻔해지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나 정도면 좋은 엄마다!


아이가 필요로 할 때 늘 곁에 있고,

여러모로 그래도 쿨! 하고

즐겨하는 일도 있고,

열려있고,

손재주도 좋고,

예쁜 재료도 많아서 뭐든 뚝딱 만들어 줄 수 있고,

동물을 사랑하고,

요리도 마음먹으면 잘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해주고

막춤도 잘 추고!


그래서 누군가

'우진이는 엄마가 손재주도 좋고 이런 멋진  해서 좋겠다~' 라던지 '우진이는 엄마랑 친해서 좋겠다~'같은 말을 하면


이때다! 싶어서 덥석 나도 한마디를 보탠다.


것봐~  행운이라니까 

 같은 사람이  엄마라니!!!


그러면 아이는 ? 하는 표정으로 눈을 굴린다. 고만  하라는 것이다. 그녀의 눈이 말합니다.

많이 했다.. 고만해라..


-


나는 우리 엄마 아빠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에게 이것도 못해주고 저것도 못해주고.. 하시면서 미안해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차라리 뻔뻔하고 당당하게 우린 정말   키웠어! 엄마 아빠 정도면 훌륭한 부모다!라고 떵떵거리셨으면 좋겠고 그래서 나도 '  시작이네'하는 표정으로 눈을 굴릴  있었으면 좋겠다.


 남편도 우진이도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뻔뻔하고 당당했으면 좋겠다. 당연히 잘못한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미안해하는 것이 맞지만 그것조차도-언제나 '그러니까 앞으로는  잘할게!' 씩씩하게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


-


그래서 나는 정말 하루에도 여러 번 말한다


와 난 정말.. 감동.

나 같은 엄마 어디 없을걸?

넌 정말 럭키하구나!


그러면 아이는 또 시작이군-하는 표정으로 눈을 굴리다가 건들건들 대답한다.


와 엄만 정말 좋겠다

나 같은 딸이 엄마 딸이라서~~

엄만 정말 슈퍼 럭키하네~!


그러면 난 또 덧붙인다


어머머 이렇게나 긍정적인 마인드라니

누가  이렇게 낳았지? 어머 나잖아!   정말 천재..  정도면  엄마 로또 당첨된 거야

감사한 줄 알고 나한테 잘하란 말이야


그러면 아이는 지지 않고 대꾸한다


엄마야 말로 나처럼 예쁘고 천재인 딸이 태어나 준 것을 감사하라고 ~ 엄만 정말 좋겠다.

내가 엄마 딸이라서~


천재인 딸을 낳은 내가 천재지...


아니야. 스스로 천재로 태어난 내가 천재지...


와 스스로 천재로 태어나게끔 너를 낳은 내가 천재...



결국 또 느닷없는 누가 더 천재냐 배틀 시작..



-



물론, 고생하는 자기 자신을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보듬어주는 마음은 중요하다. 토닥토닥 고생 많았다알아주는 마음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과 자기 연민은 다르다. 자기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에너지를 더해주는 행위지만, 자기 연민은 에너지를 빼앗아간다.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드는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많은 에너지가 드는 만큼 ,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결과물이 나오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점점 젊어지는 남편과는 달리) 자신의 몸과 수영장에서 만난 젊은 여성의 몸을 비교하다가 자기 연민에 빠진 데이지도 결국에

깨닫는다.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데이지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평화를 찾았다.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나는 얼핏 완벽해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크게 경계한다. 그런 사람일수록

어딘가에는 크게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저기 틈이 있는, 자신의 불완전함을 감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보이는 사람을 좋아한다.


자신도 단점이 많은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빨리 받아 들 일 수록, 자신의 장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할 수 있다.

 더 이상 춤을 예전처럼 출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치기를 선택한 데이지처럼.

 -


자신의 몸에 대해 늘 불만이 많고 콤플렉스가 많다가, 몸의 형태보다는 기능에 집중하게 된 후로는

그러한 불만이 없어졌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자신에게 없는 것에 대해 징징 거려봤자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핑곗거리밖에 못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으로 최대한의 것을 누리고 할수 있는 것들을 성실히 해나가는 마음-  마음으로는 자기 연민에 빠지려야 빠질 수가 없다.

그게 성숙하고 건강한 마음이다.

나는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


-


나 정도면 진짜 좋은 엄마다!!라고 떵떵 거리는

뻔뻔함을 이렇게 성숙하고 건강한 사람으로

포장하는 나의 기술이 좀 가증스럽기도 하고

어쩌면 나는 건강하다기보다는 자기 합리화에 능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뻔뻔함에 아이가 눈을 굴리고 황당해   있는 자유를 주고 싶다.  나의  뻔뻔함의 결과로  엄마는 정말 앞으로도 제멋대로 아주    같아- 아이가 이렇게 생각해준다면 정말 고맙겠다.

 나에 대한 미안함이나 걱정 같은  최대한  하게 해주고 싶다. 그게 내가 아이에게   있는 최고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와. 이렇게 까지 너를 위하는 엄마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정말 좋겠다

내가 네 엄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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