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이 선사한 아름다운 세상

98. 설산이 이렇게나 아름답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by TORQUE

눈이 오면 집에 있는 게 상책이다. 예전부터 그랬다. 눈은 춥고 질퍽이고 젖고 차 막히고 미끄러진다. 눈은 아주 멀리서 보면 예쁘지만 가까이 가며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담배를 끊고 등산에 취미가 생기면서 설산에 대한 흥미가 생겼고 지난달 선자령에 다녀왔다.


선자령은 힘들었다. 한겨울의 스산함을 오롯이 간직한 설산의 냉혹함이랄까. 힘들고 지치고 아팠다. 추위가 주는 신체적 고통 때문에 설산, 눈꽃은 전혀 아름답지 않았고 오히려 군대에서 눈치우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


계방상

한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계방산은 눈꽃, 상고대로 유명하다. 며칠 전 알레버스로 예약하고 오늘(일요일) 다녀왔다. '아~ 이게 설산의 매력이구나' 아름답다. 자연에 하얗게 내려앉은 눈은 참으로다가 예쁜다. 여기에 쨍하게 파란 하늘, 시린 햇빛이 더해지면 하양과 초록 그리고 파랑이 조화를 이루며 눈을 희롱한다.


춥지만 춥지 않고 숨이 차지만 숨차지 않다. 자연이 주는 신비로운 치유다. 눈 속으로, 자연 속으로 걷고 걷다 보면 나도 저 하얀 눈처럼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오늘 설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금연이 준 선물이 아닐까 싶다. 계속 담배를 피웠다면 한국에 이렇게 아름다운 시간과 장소가 있다는 걸 몰랐을 거다. 금연하길 잘했다.


금연 98일 차


4시간 산행하고 내려오니 흡연실이 보인다. 저 좁고 투명한 유리박스에 몸을 욱여넣고 담배를 피우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부끄럽다. 한편으로는 흡연부스를 투명하게 만든 건 '여기 담배 피우는 인간이 있다'고 보라고 만든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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