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기기. 혹시나 해서 가지고 있다가 어느 순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권련형 전자담배 기기는 비싸다. 그래서 버리가 아까운 생각도 있었고,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서랍 깊숙이 넣어두고 잊고 있다가 뜻하지 않게 눈에 띄었다. 기기가 네 개나 되니 수십만 원이다. 그동안 돈 들여서 건강을 해쳤다고 생각하니 돈이 아깝다.
전자담배 기기를 버리기로 했다.
'그런데 이거 어디다 버리지?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도 되나? 안에 충전용 배터리가 있는데 괜찮을까?' 그래서 찾아봤다.
전자담배 기기는 안에 리튬 배터리가 있기 때문에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면 수거 및 처리 과정에서 화재 위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좋은 건 리튬 배터리를 분해해 폐건전지 수거함에 버리고 플라스틱은 재활용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하지만 배터리 분해 과정이 위험할 수 있으니 그냥 통째로 폐건전지 수거함에 버리라고 한다.
버리는 김에 고장 나서 쓰지 못하는 보조배터리 몇 개와 다 쓴 건전지까지 몽땅 모아 버렸다. 전자담배 기기까지 완전히 처분하고 나니 이제 내 집에는 내가 담배를 피웠던 흔적이 이제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전담 기기 버리는데 주저함이 1도 없었다. 그만큼 금연에 단단해진 것 같다. 방긋 웃는 폐건전지 수거함도 금연을 응원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나의 금연은 더욱 견고해졌다.
금연 43일
증상
뭔가 허무한 기분이 드는듯하다. 설명하기 힘든데 담배를 끊는 노력을 안 해도 될 만큼 담배에 초연해지니 내 일 하나가 없어진 기분이기도 하고, 왜 이렇게 몸에 좋지 않은 걸 수십 년씩 펴왔을까 하는 반성과 죄책이기도 하다.
변화
운동이 일상이 되다 보니 웬만하면 걷거나 따릉이를 탄다. 서울시내는 지하철이 편하다. 자동차는 맥도널드 드라이브 스루에서만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