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술관련 국가기술자격증 소지자가 술을 끊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조주기능사. 술과 관련된 유일한 국가자격증이다. 올바른 음주문화 형성을 목적으로한다. 2년 전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니, 나는 국가가 인정한 술 전문가다.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는 술을 더 맛있게 마시기 위해서였다. 그냥 무턱대고 마시는 것보다 알고 마시면 더 맛있을 거 같아 공부를 하고 학원을 다니면서 자격증을 취득했다. 실제로 술은 공부하면 할수록 더욱 맛있다. 술의 역사와 만드는 과정, 그리고 정확한 음주 방식을 알면 똑같은 술이라도 더 깊은 풍미를 낸다.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막걸리 엑스포(막스포)와 주류박람회 등을 찾아다니며 술을 공부했다. 전통주에도 관심이 많아 서천 소곡주, 함양 솔송주, 아산 연엽주, 안동 일엽편주 등을 직접 찾아가 명인이나 양조사로부터 이야기도 듣고 술도 마셨다. 꽤 즐겁고 멋진 경험이었다.
이렇게 술을 애정했던 내가 술을 끊었다. 술을 마시는 게 즐겁고 행복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술을 마시는 건지 아니면 술이 날 잡아먹는 건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술을 너무 자주 그리고 많이 마셔 지적 기능이 저하돼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우선 한 달만 끊어보기로 했다. 멈추기로 한 것이다.
알코올 중독은 무섭다. 술이 인간을 잡아먹으면서 생활을 불가능하게 한다. 니코틴 중독은 몸만 망가지지만, 알코올 중독은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무너트린다. 모든 감정을 술에 의존하게 되면서 인간으로서의 정서적 안정과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멈출 수 있을 때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력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술에 대한 깊은 애정과 탐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한 음주가 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실감하게 됐다. 술은 인류사에서 오랜 기쁨과 풍미를 선사했지만, 그 이면에는 중독과 파괴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잘 안다. 결국 이러한 배움을 바탕으로 나 자신을 지키고자 술을 멀리하기로 결심했다.
앞으로의 길은 단순히 절제만이 아닌, 술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균형을 찾는 여정이다. 술을 배우고 즐겼던 시간들은 더 이상 나를 잠식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관점에서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금주 11일 차
증상
저녁 식사 후 아무것도 안 한고 있으니 유난히 술생각이 많이 난다.
변화
정신이 점점 맑아지고 있다. 사물을 더욱 정확하고 또렷하게 보고,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멀리 예측하고 예상한다. 사고의 행방이 선명하고 또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