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12일 차에 금연과 금주의 가장 큰 차이점을 알게 됐다. 금연은 날이 갈수록 담배를 피우고 싶은 생각이 줄어들지만, 금주는 그 반대다. 날이 지날수록 술이 더 마시고 싶어 진다. 금주 12일째인데, 어제보다 술이 더 마시고 싶다. 오늘 저녁 고깃집 앞을 지나는데, 삼겹살+소주가 너무 먹고 싶었다.
금주는 확실히 금연과 다르다. 금연은 처음 며칠이 가장 힘들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금단증상이 감소한다. 몸속 니코틴 농도가 낮아지면서 니코틴을 원하는 강도가 낮아지는 거다. 반면 알코올은 몸의 기억이 아닌 정신적 의존이다. 금주 초기 금단을 이겨내도 뇌가 알코올의 신경전달물질을 또렷이 기억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술에 대한 욕구가 점점 증가한다.
지난 일기에 '금주가 금연보다 쉽다'라고 썼다. 섣부른 판단이었다. 금주는 금연처럼 몸으로 때울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뇌가 기억하는 술의 맛과 취했을 때의 기분이 더욱 또렷해진다.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그러니 정신을 굳건히 차려야 알코올의 유혹을 버텨낼 수 있다.
집에 오는 길에 우유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을 때 하마터면 맥주를 살뻔했다. 내가 맥주를 사지 않은 가장 큰 동기와 계기는 금주 일기다. 일기는 금주를 위한 동기부여이자 굳건한 의지의 표명이고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그러니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나는 금주 일기를 써야 한다.
금주 12일 차
증상
날이 갈수록 술을 더 마시고 싶다. 술 생각이 많아지고 그 강도도 더 커진다. 그냥 참는수밖에 없다.
변화
또렷한 정신이 술을 참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는 것 같다. 날이 갈수록 술이 더 마시고 싶지만, 그 반대로 날이 갈수록 정신이 더 또렷해지면서 술의 유혹을 참아낸다.
노력
금주 후 단 한 번도 고기를 먹지 않았다. 눈 앞에서 구워지거나 볶아지는 고기는 술을 참기 힘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