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술은 마셔도 끊어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금주 17일째다. 그러니 금주 한 달까지 13일 남았다. 처음에는 순조롭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술 생각이 짙어진다. 특히 삼겹살+소주가 제일 먹고 싶다. 순댓국, 선지해장국, 뼈해장국은 소주 없이도 먹어봤는데, 삼겹살은 정말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아직 구운 고기는 먹지 않았다.
아쉬운 게 또 있다.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열린 양재도 AT센터에서 열린 '우리 술 대축제'에 참가하지 못했다. 국내 최대 전통주행사로 다양한 우리 술을 맛보고 구매도 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가봤는데, 술을 참지 못할 확률이 높아 안 가는 게 상책이었다.
우리 술 대축제에 가는 대신 집에서 '금주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 지난 2018년 영국에서 평균 연령 45세의 과음자를 94명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술을 마시지 않게 하는 실험을 했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한 달 금주자는 혈압이 6% 낮아졌고, 약 1.5kg의 체중이 줄었다. 당뇨병 발병 위험을 반영하는 인슐린 저항성도 25%나 감소했다. 또 금주자는 기분이 좋아졌고, 집중력이 향상됐다고 한다. 한 달만 술을 마시지 않아도 우리 몸은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긴다.
무서운 실험 결과도 있다. 알코올 중독자가 알코올 섭취량을 크게 줄이거나 끊을 경우 불안, 불면증 및 과민성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환각, 발작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중추 신경계가 알코올의 우울한 영향에 너무 의존해 있기 때문에 술을 끊으면 뇌가 과잉 활동 상태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뇌가 감정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다는 거다.
나의 경우에도 담배를 끊은 일주일 정도부터 우울과 공허 증상을 느껴 위 실험 결과가 꽤 공포스럽기도 했다. 다행히 환각이나 발작은 경험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몸을 혹사할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안 했다면 환각이나 환청 등을 경험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술 마실 때는 몰랐는데, 술을 끊고 나니 술이 좀 무서워진다.
금연 17일 차
증상
정강이나 팔뚝 등 몸에 알 수 없는 멍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런 증상이 없어졌다. 지금도 왜 몸에 멍이 생겼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변화
세상 사는 즐거움 중 하나(어쩌면 가장 큰)를 잃은 기분이다. 그래서 우울과 공허를 꼈을지 모른다. 금연은 건강을 바꾸지만, 금주는 인생을 바꾼다.
노력
성시경, 신동엽 등의 술먹방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 피드에 보이지 않기 위해 구독도 해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