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을 위한 금주

16. 헌혈이 나도 살리고 남도 살린다

by TORQUE

오늘 관악산에 올랐다. 그리 높지 않지만 꽤 힘든 산이다. 그중에서 사당능선-연주대가 가장 어려운 코스다. 그리고 연주대에서 과천향교로 내려왔다. 총거리는 8.6km로 4시간이 걸렸다. 힘들었다. 평균 심박과 최고 심박수는 그다지 높지 않은데, 중간에 과호흡 증세가 생길 정도로 힘든 산행이었다.


등산로 입구가 으레 그렇듯 과천 향교에도 허기진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파전과 산채비빔밥 등을 내놓는 식당이 있다.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무언가 먹고 싶어 가게 앞에서 넋을 놓고 메뉴를 본다. 그런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막걸리 4000원'이었다. 산행 후 시원한 막걸리. 정말 맛있을 거다.


머뭇거렸다. 식당에 들어가면 산채비빔밥과 파전 그리고 막걸리를 시킬게 분명했다. 정말 먹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발길이 움직이는 거 같았다. 누군가 막걸리를 한 사발하고 "캬~~ 하~~"하는 소리도 들린다.

"금주 중이라도 막걸리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아냐.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한 달 금주 후 꼭 해야 할 게 있잖아."

"그래도 막걸리 한 잔은 티도 안 날 거 같은데."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한 병 되는 건 순식간이 거 잘 알잖아."


막걸리를 사이에 두고 악마와 천사가 논쟁을 벌인다. 결국 발길을 돌렸다.

한 달 금주 후 꼭 하고 싶은 게 있다. 헌혈이다. 한 달 금주 후 무언가 의미 있고 기념될만한 것을 하고 싶었고, 무엇을 해야 할까 꽤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전참시>에서 최강희 씨가 헌혈하는 걸 보고 헌혈을 결정했다.


11월 말이면 금주 한 달에 금연 76일째가 된다. 군 전역 이후 피가 가장 깨끗할 때가 아닐까 싶다. 이미 <레드커넥트> 앱을 통해 헌혈 예약을 했다. 헌혈을 결심하고 나니 내 몸을 더 건강하게 해야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생겨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밥도 잘 챙겨 먹는다. 오늘 관악산 등산도 그 일환이다.


금주 16일 차


증상

우울증 증상이 사라졌다. 다만 다시 과민성 대장증후군 증상이 도져서 어제 병원에 다녀왔다.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니 호전됐다.


변화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단어가 생각 안나는 경우가 너무 많았는데, 그런 게 조금은 줄어든 느낌이다. 그렇다고 무슨 달변, 달필이 된 건 아니다.

관악산 연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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