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고교 동기 송년 모임에 갔을 때의 일이다. 대개 아는 친구들이었지만 잘 모르는 친구들도 보였다. 각자 돌아가면서 간단하게 근황을 말하는 순서가 있었다. 대부분은 자기가 직장에서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는지, 사업이 얼마나 잘 되는지, 재테크 성과가 얼마나 좋은지 따위의 세속적인 출세의 잣대로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출세의 기준에 못 미치는 극소수 친구들은 마치 벌서는 자세로 쭈볏쭈볏 말했다. 얘기인즉슨 임원으로 내년에는 반드시 승진해서, 큰 프로젝트를 따와서, 주식종목이나 상승지역을 잘 골라서, 출세 대열에 서겠다는 거였다. 나는 뜨악했다. 내가 겨우 이런 얘기나 듣자고 적지 않은 회비까지 내고 왔던가.
그때 문득 떠오른 시가 있었으니, 바로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의 '초대'였다. 류시화가 엮은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시집에서 본 기억이 났다. 나는 부리나케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서 그 시를 확인하고는 순서를 기다렸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되자 거두절미하고 그 시의 첫대목을 읊었다.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친구들은 웅성거렸다. 나를 잘 모르는 친구는 생뚱맞다는 내색을 했고, 나를 어느 정도 아는 친구도 "쟤는 아직도 저렇게 사네" 하며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그날 이후 난 동기 모임에 한 번도 가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궁금해진다. 그때 나왔던 친구들은 그 이후 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꿈을 간직하게 되었을까? 생존을 위해 하고 있는 그 무엇을 여전히 자신의 꿈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