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슈 설리반, 유소영 옮김, 나무옆의자, 20180305
서점에서 일을 한지
올해로 10년째다.
고등학교 때부터 서점, 출판사, 도서관등 책 관련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니 어찌 보면 꿈을 이룬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해서 입사한 첫해부터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고 즐거웠고 매일의 출근길이 그렇게 신이 날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겪는다는 월요병 따위도 없었다. 어서 출근해서 서가 앞을 서성여야지, 또 오늘은 어떤 책을 만나게 될까, 오히려 두근거림이 더 컸다고도 하겠다. 기자나 편집자처럼 텍스트를 다루는 업무가 아닌 완성된 책을 만나는 업무여서 더욱 좋았고 그래서 더 책에 빠져들었다.
내가 일하는 공간 이어서일까. 책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좋아하고 눈에 띌 때마다 읽어냈다
마커스 주삭의 [책도둑], 발터 뫼어스의 [꿈꾸는 책들의 미로] 같은 작품들.
출퇴근 길에 읽을거리가 없이 지하철을 타는 건 생각도 못한 일이었고, 어디를 가든 가방에는 항상 한 권이상의 책은 구비해 다녔더랬다.
그렇게 한동안을 지내다 보니 읽는 것에 싫증이 났는지 요 근래에는 거의 읽기를 중단했었다.
점점 힘들어지는 출근길 때문이기도 했고, 덮쳐오는 텍스트가 어느 순간 숨이 막히게 지겨웠다.
그렇게 한동안 손을 놓고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만 보다가 서가에서 발견한 책 한 권이 바로 이 작품이다.
[아무도 문 밖에서 기다리지 않는다] Midnight At The Bright Ideas Bookstore (2017년)
서점 서가 2층에서 책 개구리 한 사람이 목을 메어 자살한다.
매일 서점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책 개구리라고 표현한 작가는 여주인공과 자살한 책 개구리 조이를 서점 안에서 만나게 해 조이의 죽음을 풀어가는 상황을 묘사한다. 끔찍한 사고를 겪은 리디아와 소꿉 친구 라지. 어릴 적 살인사건에서 유일한 생존자였던 그녀를 데리고 도망치듯 마을을 떠난 리디아의 아버지와 라지의 부모님.
그리고 자유분방한 서점의 자유로운 직원들.
자살한 조이의 바지에서 리디아의 어린 시절 사진이 나오면서 그녀는 조이의 죽음을 알아보기로 한다. 책 개구리였던 조이는 딱 들어맞는 규격의 책들 2권을 짝을 지어. 한 권은 칼로 창을 내어두고 다른 책으로 비춰보면 단어가 나오게끔 해서 그녀에게 편지를 써두었다. 리디아는 그 편지를 해독해가면서 그녀의 어린 시절의 사고와 조이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20년간 모른 척 지내왔던 아버지를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발견해 낸 것들의 결과는...
결국 모든 것이 사람이었고. 사랑이었다.
나의 회사는 매장이 아니고.
그렇게 자유롭지도 않지만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내가 서점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상기하게 되었다.
일은 지루하고 매일의 시간은 더디 간다.
그러나 한 달은 빠르고 계절은 순식간이다.
어느새 10년이었다.
정신없이 달려오지도 않았고 매일의 지루함을 견디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래도 내 발로 이 회사를 나가지 않은 것은 이곳에 서점이라는 것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규칙을 매우 잘 따르는 사람이다. 내가 세운 규칙이나 남들이 세운 규칙도 마찬가지로
매일 내가 출근하는 이 곳 서점의 규칙을 잘 따라서 지금까지 걸어왔다.
언제까지 이 곳에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나도 이 곳 서점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써보고 싶다.
책이 소재로 등장하는 작품들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 이 작품을 만나면서 또다시 슬며시 고개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