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II
3가지 다짐 (잘 움직이고 잘 자고 잘 먹자)을 하고 난 다음, 매일 한 일은 체중계에 올라서 보는 것이었다.
스마트 체중계는 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는데, 체중계에 올라선 후 폰과 연결하는 데에는 십여 초의 시간이 걸렸다. 매일 몸무게가 줄어들지는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나은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꼼수를 부렸던 것은, 체중계와 폰이 자동으로 연결되기 전에 재빨리 체중계에 올라 몸무게를 재어보고 내려오는 일이었다. 이전보다 체중이 줄어들면 다시 폰과 연결해서 기록하고, 그렇지 않은 날은 그냥 체중계에서 내려와 폰에 기록을 남기지 않곤 하는, 전쟁 아닌 전쟁을 벌였다.
하루 중 언제 체중을 재면 제일 낮은 수치가 나올까. 나는 매일 큰 일을 치르는 타입이 아니라 2~3일에 한 번 정도 화장실에서 사투를 벌이는 편이다. 큰 일을 치르는 날이면 긴 잠을 자고, 깨어난 후 다시 화장실을 들렀다가 방 문 앞에서 체중계에 올라선다. 화장실에서 몸속의 쓰레기를 버린 다음, 긴 잠을 통해 공복인 채로 최대한 칼로리를 소모하게 되면, 그만큼 몸은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져 있는 것. 그 상태로 체중계에 올라섰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믿었다) 기대 이상으로 그렇게 줄어드는 기록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 매일이 즐거웠다. (체중계는 방문을 열자마자 잴 수 있는 위치에 두어 계속적인 자극을 받도록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찬 물이 더워지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거울을 자주 보게 되었다. 거울을 보면서 배도 한 번 내밀어 보고 옆으로 서 보기도 하고 옆구리살을 집어 보면서 두께도 재어 보던 어느 날 유난히도 팔이 굵어져 있음을 느꼈다. 이전에 팔 굵기를 측정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얼마나 두꺼워졌는지 가늠은 할 수 없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좀 더 굵어져 보였던 것이다. 이것을 눈바디라고 하던가. 팔을 뻗거나 다시 구부리며 힘을 줘 보았더니 실제 팔 근육이 굵어졌다기보다는 팔에 있던 근육들이 제각기 도드라져 보였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게다. 노동과 운동을 통해 근육이 굵어진 탓도 있겠지만 근육들이 도드라져 보인 이유는 팔에 있던 살들이 빠진 결과라고 여겨졌다. 뱃살이 줄어들어 허리띠의 여유가 생긴 다음 이제 내 팔을 덮고 있던 살들이 빠지면서 근육이 제 형태를 점차 드러난 것이 재밌었다.
거울에다 빙긋 미소를 남겼다.
욕실에서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몸의 구석구석을 보는 것은 도드라진 팔 근육을 발견한 이후 계속되었다. 얼굴이 갸름해진 것은 잘 몰랐는데, 팬데믹 때문에 매일 썼던 마스크의 끈이 조금 느슨해짐을 느낀 다음, 원래부터 있었던 볼우물이 더욱 깊어짐을 알게 되었다. 살이 빠진 다른 곳은 없을까 이리저리 보다가 발견한 것은 목이 조금 가늘어졌다는 것이었다. 가늘어진 목이 신기해서 이쪽저쪽으로 목을 돌려보는데, 이전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쇄골이 눈에 확 들어왔다. 오우, 나에게도 이런 뼈가 있었다니. 마냥 신기해서 쇄골을 만지며 어깨를 올렸다 내렸다 했더니, 정말 셀럽들 사진에서나 보던, 쇄골과 승모근 사이에 깊은 골이 보였다. '물이 고일 듯한 쇄골라인' 이 이런 걸 두고 말한 것일까.
살이 빠지는 순서가 있다고 한다. 복부의 살이 먼저 빠지고 (어느 정도만 빠진다) 가슴 팔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순이라는데, 그 순서대로 상체의 살들이 빠지는 것을 실제 내 눈으로 확인하는 게 신기했다.
이러한 내 몸의 변화가 있을 동안 나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두 번째 달인 2022년 1월의 걷기 기록은 폰 기준 33만 6천 걸음(LG헬스), 스마트밴드 기준 36만 6천 걸음(구글 피트니스)이었다. 적은 기록을 기준으로 해도 1일 평균 1만 걸음 이상 꾸준히, 1월 25일의 경우 2만 4천6백 걸음을 걸었다. 걸은 거리는 235.38km. 서울-부산 거리의 절반 이상이다.
2월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때에는 폰이나 밴드의 기록이 엇비슷한데 1일 평균은 1만 걸음에 살짝 못 미친다. 월초에 명절이 끼었음을 감안하면 동그라미들이 평균보다는 훨씬 커져 있는데, 명절과 주말을 제외한 17일 동안 거의 모든 걸음을 걸었음을 말해 준다. 서울-부산 거리의 절반쯤을 걸었다.
이렇게 걸은 결과 내 몸은 아래처럼 변하고 있었다.
시작과 비교해서 2월 말에 11.6kg의 몸무게가 줄어들었고, 체지방률은 6.2% 포인트 줄고, 근골격량률은 3.3% 포인트 늘어났다.
첫 목표 체중인 70kg대에 진입한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매월 3kg 정도를 다음 목표 체중으로 잡았는데 최종 목표 체중은 BMI 22대인 67~8kg 내외, 최종 목표 체지방률 22%대로 잡았다.
첫 3개월 동안 몸무게는 시작과 비교해서 13.1%가 줄었다. 체지방은 8.7kg이 줄었고, -29.2% 감소했다. 체지방률은 18.5% 감소했지만 27.4%의 체지방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체지방률이 줄어들면서 근골격량률은 3.3%나 증가했지만, 정작 문제는 근골격량이 1.6kg이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몸무게가 줄었지만 근손실이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12월 말과 비교해서 체지방은 4.9kg이 감소했지만 근손실이 1.4kg이나 있었다는 것은 다소 충격이었다. 근손실을 막기 위해 달걀을 비롯한 단백질을 나름 많이 섭취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단백질 양을 늘리는 식단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