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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아 검사 고위험 결과받고 병원에서 펑펑 운 날

임신 중기 : 16주차 2일

by 토토

16주 2일 차에 쓰는 일기.

4월 28일 15주 5일 차에 병원을 다녀왔다. 정기검진 및 2차 기형아 검사를 위해 피를 뽑았다.


그리고 3일이 지난 5월 1일 어제 병원에서 문자가 왔다.

심장이 두근두근, 혈액 태아 이상 검사 결과 이상 소견. 무섭지만 별일 아니겠지 생각하려 노력했다. 바로 전화를 하고 당일 오후에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기로 했다.


임신하고는 불안하고 무서운 일들이 많은데.. 무섭지만, 내가 무서워하고 스트레스받으면 유민이 한테도 뭐가 좋겠나 싶어서 좋은 생각 하려 노력한다.


가장 처음 있었던 일은, 임신 초기에 아랫 속옷에 피가 묻어 나왔던 거다. 이틀정도, 검지 손가락 만하게 검붉은 피가 속옷에 계속 묻어 나왔다. 걱정이 많이 되어서 병원에 갔고 초음파로 아기가 괜찮다 확인했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별일이 없었는데.. 두 번째 불안한 일이다.




문자를 받고 병원에 방문하니,

담당 의사 선생님이 수술 중이셔서 다른 의사에게 이야기를 들으러 앉아 기다릴 때 까지도 별일 아니겠지. 조금 우려되는 사항이거나.. 아예 검색해보지 않아서 어떤 이야기일지 예상도 안 하고 갔다. 나는 상상력이 심각하게 좋은 편이라 안 좋은 이야기는 처음부터 안 보는 게 최선이다.


우리가 한 1차, 2차 기형아 검사는 확진이 아니라 선별 검사로 위험도가 높게 나와도 실제 이상이 없을 수 있고, 반대로 정상이라도 드물게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확도 90%라고 설명하고 확률로 결과가 나온다.


진료실에 들어가서 결과표를 먼저 화면으로 띄워 보여주시는 데, 첫 번째 그래프에서 빨간색으로 어떤 평균 기준치를 넘은 게 보였다.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77명 중 1명 정도의 확률로 다운증후군 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운증후군, 에드워드증후군, 신경관 결손 (무뇌증, 척수수막류 등)의 이상을 확률로 알려주는 검사인데 다른 건 모두 정상 수치였는 데 다운증후군에서 고위험군으로 나온 것이다.


다운증후군이라는 단어만 들었을 뿐인데 무섭고 눈앞이 까매졌다. 의사는 계속해서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 데 나는 정말 아무것도 들리지가 않았다. 침착하고 싶지도 않고 어떤 설명도 제대로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울먹이며 가장 궁금한 걸 물었다.


“니프티 검사를 해도 고위험군, 양수 검사를 해도 결과가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모르겠다. 꼭 들어야 했는지. 그냥 우리 유민이의 최악의 상황이 어디 가지 인지 알아야 했던 것 같다. 알아서 좋을 게 없으면서도.


의사는 “임신을 유지하던지 중단하던지…” 어쩌고 저쩌고.. 정확하게 기억나지가 않는다. 내 귀에는 중단이라는 단어만 계속 맴돌았다.


그때부터는 병원에서 나오기 직전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불쌍한 유민이, 소중한 유민이… 내가 뭘 잘못했을까, 어디에서 잘못된 걸까.


다음 검사를 위해 설명을 들으면서도 금액, 동의, 환불 이것저것 다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저 설명해 주시던 분이 마지막에,

“아직 결과가 나온 게 아니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더 길게 더 자세히 듣고 싶었다. 더 많이 해주지, 결과가 안 좋게 나오더라도 그냥 검사가 나오기까지 2주간 희망을 가지며 아가한테 좋은 기분이라도 줄 수 있게 그냥 더더 큰 희망을 주시지 생각했다.


다음 검사는 니프티(NIPT) 검사 아니면 양수검사가 있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니프티 검사는 산모의 혈액에서 태아의 DNA 조각을 분석하는 데, 99.5% 정도의 정확도를 가진다고 한다. 1,2차 기형아 검사보다는 훨씬 정확한 검사긴 하지만 이것도 확진은 아니다.


양수검사는 자궁에 주사기를 찔러 양수를 채취해 태아의 염색체 이상을 직접 확진하는 검사다. 정확도 99.9% 이상으로 확진이 가능한 검사라고 한다. 결과가 더 빨리 나오고.. 그런데 약 0.1~0.3% 유산 위험이 존재한다고 설명하니 바로 받기에는 무서웠다.


그래서 우리는 니프티 검사를 받기로 했다. 창민이는 병원 문자를 보고 바로 검색했고 고위험군이 나와서 니프티 검사를 하겠구나 생각하고 병원을 갔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임신 내내 불안하지 않고 정상이라고 확진해 줄 수 있는 양수검사를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근데 바늘이 자궁 안까지 들어가서 양수를 빼간다는 게 찝찝하다. 그래서 니프티 결과가 더 정확도도 높으니까 저위험군으로 정상이 나오면 믿고 유민이를 기다리려고 한다.


지금도 나는 분명 저위험군으로 유민이는 건강하게 태어날 거야 하고 계속 암시를 걸고 일상을 보낸다. (결과 듣고 겨우 하루 지나긴 했음)



창민이는 참 단단한 건지 진짜 무식한 건지. 연애시절부터 심플 포지티브맨이라고 부르긴 했는 데. 자기는 무조건 정상일 거라고 생각도 안 한다고 한다.


병원에서 우는 나한테 중간중간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괜찮아, 괜찮을 거야.” 하던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나보다 훨씬 침착하게 의사나 상담사들 질문에 대답하고.


집에 와서는 유민이가 엄마보고 자기 정상인데 왜 호들갑이냐고 할 거라고 하면서 장난을 친다. 예전 같으면 왜 같이 걱정해주지 않냐고 서운해했을 텐데.

이 집에 걱정몬은 나하나로 충분하니까 창민이는 이렇게 해주는 게 훨씬 든든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잠깐씩 슬퍼지고 다시 웃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어진다.


결국, 모든 일은 어떻게든 지나간다. 시간은 계속 흐르니까. 그런데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선택들이 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선택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것 같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


나의 어떤 노력도 결과에 닿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 이 시간을 지옥처럼 보내지 말자. 할 수 있는 걸 하며 일상도 행복도 유지하자. 지혜로운 사람이, 엄마가 되어가는 길.


앞으로 유민이가 태어나면, 뛰다 넘어지고 감기도 걸리고 열도 나고 이별도 하고 퇴사도 하고~

그때마다 팡민이처럼 해줘야지. 걱정을 키우지 말고 긍정적인 면을 짚어주고 응원해주며 더 나은 상황을 바라며 어려운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도록, 응원해 주고 그래야짖!!!!!


그래!!!! 이 모든 게 다 내가 좋은 엄마가 되라고 필요한 과정인 게야!!!!


휴…





사실 이 글을 쓰기 전에 다음 글은 유민이 성별공개 글이었는 데, 지금 상황에 아들, 딸이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니프티 결과가 저위험으로 잘 나오면 그 기쁜 소식과 함께 성별 공개 에피소드까지 기록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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