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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빵 샌드위치

맛있는 빵은 언제나 옳다. 샌드위치는 언제나 맛있다.

by 이웃의 토토로

12월은 이래저래 마무리할 것도 많고 바쁜 달이라서 점심을 자리에서 먹기로 했다. 도쿄 지사에 출장을 자주 가면서 눈여겨 본 것 중에 하나는 오전이나 점심 시작때에 밖에 나가서 하얀 비닐봉지에 간단한 식사를 포장해서 휴게실이나 빌딩 앞 공원, 아니면 빌딩 근처 벤치에서 먹는 직장인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점심을 많이 먹고 별로 걷지 못하고 자리에 돌아와 앉으면 거북하기도 하고 소화가 잘 안되는 느낌이 든다. 쌓이고 쌓이면 살도 많이 찌게 되고. 그래서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간식을 줄이고 저녁을 잘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


회사앞 건물 몇 개에 상업지구가 몰려있고, 그 중에 두 건물이 마주본 공간에 스타벅스를 포함하여 12개 이상의 카페가 있다. 인기가 없는 곳은 늘 망하는데 다시 카페가 들어오는 걸 보면 상권분석이나 이전 매장에 대한 이야기를 못들었는지 신기하긴 했다. 역시 봄에 새로 생긴 카페가 있는데 (물론 카페를 하다가 망한 자리에 다시 들어온 카페) 젊은 사장님이 아르바이트 한 명이거나 때로는 어머니와 함께 열심히 친절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카페는 경쟁 카페나 기존에 그 자리에 있던 매장과 다른 특징이 몇 가지 있다. 먼저 계절에 상관 없이 언제나 빙수 메뉴를 판다. 여름이 지나갈 무렵 사장님께 빙수 메뉴는 언제까지 하세요라고 물어봤는데 방긋 웃으며 저희는 계절에 상관없이 계속 팔아요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수박주스, 참외주스, 망고주스, 청포도주스 등 주스를 직접 갈아서 준다. 눈으로 재료를 보고 고를 수 있으니 신선하고 맛있다. 요즘 제일 많이 주문했던 참외주스가 품절이 되어서 아쉽긴 한데 계절이 지나면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세번째는 커피가 맛있다. 스타벅스처럼 쓴 커피를 좋아하지 않고 산미가 있는 쪽을 선호하는데, 여기는 적당한 무게감과 맛이 느껴지는 커피다. 카페에서 제일 중요한게 커피맛과 음료맛일테니까. 네번째는 테이블이 7개 정도 밖에 안되는 작은 매장인데, 매장에서 작은 오븐을 두고 직접 베이킹을 하고 있다. 소금빵이 메인이고 치아바타, 깨찰빵, 휘낭시에, 쿠키를 직접 굽는다. 소금빵으로 만든 샌드위치, 버터 가득한 잠봉뵈르 샌드위치, 카야잼 샌드위치가 매우 맛있다. 겨울 한정 붕어빵도 기계를 놓고 굽고 있다. 입구에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는데 최근에 문자로 주문 가능!이라고 붙여놓았다.


작고 직접 빵을 굽는 매장인데 오븐이 가정용 사이즈라 작다. 문제는 직장인들을 상대로 하는 곳이다 보니 특정한 시간대에 몰린다. 아침 출근길, 아침 모닝 회의용, 점심먹고 후식용, 오후 3시 정도의 간식 시간에는 키오스크에 줄도 길고 주문후에 빵과 커피를 받는데에도 한 참 걸린다. 직장인에게 소중한 점심시간에 20분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래서 매장에 소금빵을 사러가거나 샌드위치를 사러가면 50% 이상의 확률로 품절이다. 순서대로 여러가지 빵을 굽다보니 소금빵이 품절이면 아주 늦게 다시 만들거나 그날은 더이상의 소금빵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에는 문자로 한 번 주문을 넣어보았는데 바쁜 시간대에는 회신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은 9시반에 카페에 직접 가서 소금빵 샌드위치와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잠봉뵈르 샌드위치와 휘낭시에 2개까지 결제를 하고 11시에 찾으러 온다고 사장님께 전했다. 11시에 시간 맞춰서 갔더니 휘낭시에 베이킹에 실패하여 품절인 사태가 발생했다. 조금 타거나 덜 익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사장님의 품질 기준에 굽기와 맛과 색상이 미달하여 이미 쓰레기통으로 가버렸다. 그래서 휘낭시에를 캬야잼 샌드위치로 대신 만들어달라고 해서 가져왔다.


점심은 커피와 소금빵 샌드위치를 먹고, 잠봉뵈르와 카야잼은 집으로 가져와서 냉장고에 잘 넣어두었다. 내일 아침에 먹으면 딱 맞을 것 같다. 젊은 사장님이 열심히 하는데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전공을 살려서 이런게 있으면 좋겠다 말을 해주고 있는데, 다음에 방문하면 오븐이 더 커야할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다.


종종 품절이라 소금빵을 못 먹고 휘낭시에도 사기 어려울 수 있지만 꾸준히 응원해주고 싶다. 무엇보다 (재고만 있다면) 맛있다!


20251212. 2,023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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