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의 신!! 태양이와 우리의 거리
고양이 나이를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1년은 약 15세.
태양이는 이제 11개월 반.
사람으로 치면 14살쯤 되는 중학교 2학년이다.
고양이도 이 나이가 되면 호기심이 많고,
자기주장이 아주 강해지는 때- 그야말로 '아무도 못 말리는' 사춘기다.
우리 집 아들도 중2, 태양이도 중2
듣기만 해도 아찔한가!!
청소년 여러분~!! 우리 한번 잘 지내봅시다!!
참고로 우리 집에서는 사춘기라고 반항을 하거나
예의 없게 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청소년기는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서 고민하고 나아가기 위해 생각과 경험을 구축하는 시기이지
부모 말에 반항부터 하는 시기는 아니라는 말씀.
그것을 용납할 수 없기에 우리는 그렇게 교육했고, 다행히 아들과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중2 아들과 잘 지내는 방법은 대화를 많이 하고,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위험하지 않는 한
반대하지 않고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사이는 좋아질 수밖에 없다.
태양이와도 그렇게 지내면 아주 잘 지내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고양이와 아들과 다르다.
우선, 아들은 내 뱃속에서부터 키웠지만 태양이는 사춘기 때 만났다.
이 녀석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도 일이고,
보호자가 바뀌었으니 그 상처를 보듬어주어야 하는데
고양이는 MBTI로 따지자면 I의 성향으로
내향 그 자체다. 친해지기 어려운 스타일이다.
더구나 보호자가 우선인 강아지와는 달리
고양이는 1번이 환경 즉, 집이다.
보호자가 바뀌는 것도 문제지만 집이 바뀌는 것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태양이는 집도 보호자도 한 번에 바뀌었으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최대한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가만히 두고, 지켜보기로 했는데 우리가 그다지 낯설지는 않은지
가끔 만져달라고 오기도 하고, 밥도 손으로 주면 잘 받아먹길래 이만하면 친해졌다 싶어서
좀 더 다가가면 훅!! 하고 달아난다.
늘 앉아 있는 자리는 베란다 창문 앞.
언제든 도망갈 수 있는 거리를 유지 중이다.
창문 밖을 보면서 날아다니는 새들도 구경하고 콧바람도 쐬는 게 이 녀석의 취미다.
그리고 베란다에 누워 거실에 있는 우리를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는 거 같다.
사실, 고양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할 것이다.
나를 정말 사랑해 줄까?
나는 여기서 평생 살 수 있을까?
1년을 가까이 키워준 첫 번째 보호자와도
이별을 했으니...
어찌 마음을 쉽게 열 수 있겠는가.
프랑스 르네상스의 사상가 미셸 드 몽테뉴는 말했다.
"믿음은 한 번에 얻어지지 않고, 작은 행동들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려면 '시간'을 '금'처럼 정성스럽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태양이를 바라보고,
태양이는 우리를 바라보며 썸 타는 연인들이 밀당하듯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말 '훅' 하고 안기면 좋겠는데 절대 그 거리에서
선을 넘지 않는다.
늘 답답한 쪽은 우리.
인형처럼 귀여운 녀석을 안고 비비고 놀고 싶은데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날부턴가 만지고 안을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좋아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쌩 하고 도망가고 물고, 문다고 해서 세게 물지는 않는다.
스스로 무는 강도를 조절을 하는 게 반항을 하다가도 '선'은 절대 넘지 않는 사춘기 아이들 같아 웃음이 난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때쯤 거실 한 중간에서 턱 하니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심장이 저려왔다.
늘 베란다에서, 거실 귀퉁이에서 앉아 있거나 누워 있었는데...
자전거 밑, 책상 밑, 책장 안 등등 상상도 못 할 곳에
숨어 있어서 찾기도 참 많이 찾아다녔는데 말이다.
이제, 자기 집처럼 느껴지나 보다.
거실 한 중간에 누워 있다니...
그러다 배도 까고 '대'자로 누워도 있다는데 상상만 해도 설렌다.
얼른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얼마나 밀당을 잘하는지 안기다가도 훽 가버리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고,
엉덩이를 팡팡 두들겨달라고 애교를 부리면
심장이 찌릿찌릿 정말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한 날은 내 머리 위에서 자고 있길래 어찌나 설레던지
그게 뭐라고 남편한테 종일 종알종알 자랑을 했었다.
언제쯤이면 내 품에 안겨 잘지 매일매일 기대하고 있다.
적당한 거리가 이렇게도 사람을
애틋하고 애절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오늘도 태양이는 내 품으로 다가왔다가, 또 멀어진다.
연애보다 어려운 고양이 마음 사기.
천천히.. 그리고 사랑스럽게... 우린 곧 절친이 될 것이다.
#고양이일상 #반려묘 #집사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