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제일인 집사와 고양이
하늘이 내려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나 그 재능 자체를 우리는 '천재'라 부른다.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한테도 이런 특별한 재능이 있다면 우리는 '천재냥이'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재냥이들이 있다.
미국에 '노라'라는 고양이는 피아노를 치는 예술성을 타고났고, 손잡이를 당겨서 스스로 방문을 열고 나가는
지능형 고양이들도 제법 많다.
해외 연구 사례 중에 특정단어를 20개 이상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고양이가 보고된 적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고양이들은 사냥 중심의 단독 생활로 '누군가의 지시를 따르는 것' 보다는 '내게 이득이 있나?'를 먼저 따져 명령어를 쉽게 학습하고 복종하는 개와는 달리 교육이 어렵다.
이런 고양이의 특성을 잘 알면 교육은 무슨 그냥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면 되지 하는 집사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태양이를 교육시키고 싶었다.
내가 공부한 바로 브리티시숏헤어는 중간 이상의 지능이 가지고 있다.
천재적이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학습 능력이 뛰어난 편이라고 하니, 교육이 될 성싶어 학습의 때를
천천히 기다렸다.
학습의 때란 녀석과 내가 친해진 뒤라는 뜻이다.
한 달쯤 지났을 때 나는 친해졌다고 생각했고, 교육을 해보기로 했다.
우선 기분이 좋을 때, 이때는 내 주위를 맴돌면서 엉덩이를 팡팡 쳐달라는 때다.
고양이가 엉덩이 토닥을 좋아하는 이유는 꼬리 근처, 그러니까 고양이는 꼬리가 시작되는 부분에 신경이
몰려 있다. 그 부분을 두들겨서 자극시켜 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물론 모든 고양이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대부분의 고양이가 좋아하는데 태양이도 마찬가지라
이때를 노려 츄르를 대령시켰다.
츄르를 보상으로 우선 강아지들이 가장 잘하는 '앉아' 교육을 했다.
강아지들을 교육하듯이 손을 바닥에 대며 "앉아!"라고 짧게 말한 뒤 기다렸더니 어리둥절한지 나를 쳐다봤다.
끈기를 가지고 "앉아"를 몇 번 말하니 알아들어서 앉은 건지, 서 있는 게 힘들어서 앉은 건지 모르겠지만
여튼 태양이가 다소곳이 앉았다.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
바로 츄르를 주며 폭풍 칭찬을 퍼부었더니 뭔가 좋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나 보다.
'앉아'를 반복해도 잊어버리지 않고 척척 잘 앉는다. 신통방통하고 좋아서 펄쩍펄쩍 뛰니 태양이가 이건 또
뭔가 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이제!! 손이다.
고양이는 손이 아니라 발이지만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손을 외치고 있었다.
"태양아, 손!!"이라고 말하면서 태양이의 오른쪽 발을 잡고 악수를 한 뒤 칭찬을 하며 츄르를 맛보게 했다.
이것을 두어 번 반복하니 어라? 바로 손을 준다.
태양이가 내 손바닥에 발을 올려놓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악수를 받은 기분이었다.
나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고, 계속해서 반복했다.
태양이는 정확하게 이해했고, 발을 척척 내밀었다.
남편과 아들을 불러 태양이의 천재성을 자랑했다.
고양이가 무슨 교육이 되냐며 의심했던 남편은 놀라 나보다 더 좋아했고, 아들은 자기도 해보고 싶다며
태양이에게 "손"을 달라고 했다.
아들에게도 발을 척척 주는 태양이를 보며 우리는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해했고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이틀 동안 스트레스받지 않게 한 번씩 "앉아! 손!"를 시켰는데 까먹지 않고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틀 뒤.
하이파이브도 해보고 싶었다.
앉아, 손을 하고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내가 손을 펴서 태양이에게 보여줬더니 녀석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정확하게 발가락을 펴서 내 손바닥을 치는 게 아닌가.
남편에게 말했더니 손을 하다가 우연히 하게 된거라며 믿지 않아서 손과 하이파이브를 정확히 구분하여
시범을 보여주었다.
남편은 박장대소를 했고, 나는 무슨 아들이 서울대라도 간 것처럼 기뻐했다.
보상으로 츄르를 마음껏 주니 태양이도 만족한 듯 뿌듯해했다.
이제 빵!! 하면 죽은 척을 하는 거다.
이건 어떻게 가르치지? 빵 하고 내가 죽은 척을 하고 일어났다.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빵 하고 태양이를 강제로 눕히려니 도망쳐 버렸다.
여기까지.
녀석은 이제 겨우 1살이다.
1살 때는 이 정도만 하면 대단한 거다.
2살, 3살이 되면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단계적으로 배우듯 나이에 맞게 천천히 교육하면 된다.
아니면 대학에 갈 것도 아닌데 고양이의 삶을 충분히 누리면 된다.
먹고 자고 놀고 세상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면 된다.
자기가 할 만큼, 때가 되면 더 할 수도 더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강요는 금물이다.
천재냥이인 줄 아니, 천재냥이를 키우고 싶은 내 욕심에 녀석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다.
문득,
공부하는 중2 아들 녀석의 뒷모습이 보인다.
너도 딱 그만큼 그 나이에 배워야 할 것을 배우고 살아야 할 텐 데
그럼 그리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고, 배우는 즐거움, 성취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텐 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아이가 말을 배워서 엄마라고 했을 때의 기쁨
학교에서 받아쓰기 100점 받았을 때의 설렘
운동회에서 달리기 1등 했을 때의 흥분
그 나이에 누렸던 교육의 기쁨을 나도 다 누렸는데, 더 이상 욕심부리지 말기.
그럼 아이도 태양이도 마음껏 행복할 수 있다.
천재가 아니면 어떠랴.
오늘이 행복하면 그만이다.
지금도 충분히 똑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