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고양이를 키우시겠어요?

고양이 집사라면 반드시 해야 할 일

by 스페라

고양이 발톱은 사람처럼 계속 자란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발톱을 깎아주어야 하는데, 태양이가 과연 잘 깎을 수 있을까?

고양이 발톱을 한 번도 깎아보지 않는 나는 유튜브로 고양이 발톱 깎기 영상을 찾아보았다.


내 예상대로 대부분의 고양이는 발톱 깎기를 싫어했다. 아니 무서워하는 거 같았다.

내가 고양이라고 해도 무서울 거 같다. 고양이들 사이에서는 발톱을 안 깎으니.


그런데 간혹 얌전한 고양이들이 있었다.

앞발 뒷발을 다 깎는데 사람보다 더 점잖게 제 발톱을 내어주는.

3대가 복을 쌓아야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댓글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태양아, 우리도 깎아 보자!!


태양이를 안고 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앞발을 잡아 살짝궁 눌렀다. 발톱 끝이 날카롭고 갈고리 모양으로 휘어 있었다.

발톱 안쪽에 있는 핑크색 혈관 부분을 빼고 자르면 된다.


자, 다치지 않게 조금 긴장되지만 잘 잘라보자.


고양이 전용 발톱깎이로 하나를 잘랐는데 어라? 얌전하다.

나도 3대가 복을 쌓았나? 너무 신기해서 다른 발톱도 자르는데 역시 순하게 응한다.

신기하고 기특해서 츄르를 한번 주고 뒷발을 자르는데, 시간이 오버됐나 보다.

뒷발부터는 싫다고 온몸을 비틀고,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아무리 순한 고양이라고 해도 고양이는 고양인가 보다.

나는 3대는 아니고 1대쯤 덕을 쌓을 듯한 느낌이다.


츄르를 줘가며 어째 어째 발톱을 다 깎긴 깎았다.


2주에 한 번씩은 깎아야 한다는데, 다음번엔 오늘보다 더 잘하겠지.

한번 해 봤으니 별거 아닌 걸 알 테니까.


2주가 흘렀다. 두 번째 발톱 깎기 도전!

그런데 한번 해본 놈이 더 무섭다.

(하긴, 친구가 첫째 때는 뭐 모르고 낳았지만 둘째 낳을 때는 첫째 때 산고가 생각나서 몸이 더 바르르 떨리고

더 무서웠다고 했다. 난 하나라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번엔 발톱 하나를 허락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아들 녀석이 잡고 내가 츄르를 줘가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깎았다.


다음번에는 어떨까?


이번엔 발톱을 자를 때마다 어디서 배웠는지 엄살 피우는 소리를 낸다.

그러면 츄르를 준다는 걸 안다. 츄르를 먹으면서 발톱을 내어주는 녀석을 보고, 깨달았다.

이 놈! 무서운 게아니다. 연기를 하고 있는 거다.

울음소리가 딱 그랬다.


네일 아트 받으면서 커피 마시는 아줌마들처럼.


나는 네일숍 주인이 된 것 같고, 녀석은 손님 같은.


나는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굽신굽신 도대체 고양이와 집사는 무슨 사이란 말인가.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길래 현생을 이렇게 보내고 있는지...


이건 아니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다음번에 자를 때는 츄르가 없애야겠다. 내 안에 오은영 선생님이 올라왔다.

아들 녀석 키우듯이 녀석의 응석을 여기까지.

평생 함께 살아야 하는데, 응석을 부린다고 다 받아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잘 자르면 거하게 츄르를 하나 주고.

응석 부릴 때는 NO!!


발톱 정리가 끝나자마자, 새로운 미션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양치질!!






고양이도 양치를 해야 한다는 사실, 나만 몰랐나.

만약 양치를 소홀히 하면 늙어서 발치를 해야 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야생에서는 사냥을 하며 자연스럽게 이가 닳지만, 집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집사가 치과의사가 되어 1일 1 양치를 기본으로 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동안 양치를 어떻게 해왔는지 이전 보호자에게 물었더니

귀찮고 무서워서 한 번도 안 해줬단다.

그러니까 태양이는 11개월 반동안 양치 경험이 없는 고양이다.

치아가 엉망이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이를 봤더니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치아 상태는 아주 좋았다.

송곳니는 카리스마 있게 뽀죡하고, 앞니는 정말 작은 밥알이 나란히 붙어 있는 것처럼 앙증맞고 귀여웠다.

색깔은 또 얼마나 하얀지 건치고양이가 따로 없었다.


이제부터 관리해 주면 잘해주면 된다.


매일 밤, 하루에 한 번씩 꼭 양치를 해줘야겠다고 결심하고 고양이 전용칫솔과 치약을 구입했다.


첫 양치질 시간.

태양아~~ 양치하자!!


양치가 뭔지 모르는 태양이는 칫솔에 호기심을 갖고 다가왔다.

냄새를 맡고 혀로 날름날름 거리더니, 경험도 없는 녀석이 눈치는 빠르다.

쏜살같이 도망쳐 버렸다.


발톱도 깎았는데 이깟 양치쯤이야~~~


태양아~~ 양치해야지!!


고양이 집사는 할 일이 참 많다. 그런데 묘하게 행복하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사랑'일 것이다.




keyword
이전 08화천재고양이가 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