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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시#1. 표피

너와 나, 우리가 맞잡은 건 서로의 표피였다.

by 슈뢰딩어의 백수

표피표피표피표피표피

표피를 쭉 늘어놓으면 울타리가 된다.


내 피부를 지켜주는 울타리


고작 0.1 밀리미터의 이 얇디얇은 막이

우리를

웃게 하고,

울게 하고,

살게 한다.


마주 앉아 너와 내가 보는 것, 서로의 표피

깍지 낀 손에서 느껴지는 것, 서로의 표피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만나는 것, 서로의 표피

어쩌면 내가 기억한 너의 감촉은

너의 표피 그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다.


세상과 나를 경계 짓는 표피.

세상의 공격들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표피.


샤워를 하다가 문득,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기다 문득,

목덜미를 긁다가 문득,

나의 평범한 일상은 고작

0.1밀리미터로 지켜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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