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을까

엄마라는 이름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by 유진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벅차고 따뜻한 일이었다.

내 품에 작은 생명을 안고, 누군가에게 '엄마'라고 불리는 그 순간순간이 매일이 기적 같았다.

서툴렀지만, 서툴다는 사실마저 사랑스러웠다.

아이의 숨소리, 작은 손길, 잠들기 전 미소까지.

모든 것이 소중했고,

모든 것이 감사했다.

그런데 하루하루, 나는 조금씩 나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쓸쓸하게 흔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이의 하루를 챙기고, 아이의 리듬에 맞춰 움직이며

아이의 감정에 맞춰 하루를 닫는다.

그 사이사이, 나라는 사람은 점점 투명해졌다.

물론,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조금도 의심이 없었다.

아이의 웃음이 나의 행복이 되고,

아이의 울음이 나의 슬픔이 되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 모든 자연스러움 안에서 문득 문득, 나는 질문을 만나게 된다.

'나는 지금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을까.'

내가 좋아했던 것들,

내가 꿈꿨던 것들,

내가 되고 싶었던 모습들.

모두 흐릿해지고, 어디론가 밀려나 있었다.

희생은 아름답다 믿었지만 언젠가부터 그 희생이 나를 텅 비운다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이를 위해 사는 건 기쁜 일이지만 나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행복할 수는 없다는 걸 조용히 깨달았다.

나는 이제 조금은 알고 있다. '엄마'라는 이름이 나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는 여전히,

나만의 생각을 품고 있고,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그 사랑이 결코 이기적인 일이 아니라는 걸.

그래서 오늘도 아이가 잠든 조용한 밤, 나는 나의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엄마'가 아니라 나를 부르던 나만의 이름으로.

아직은 어색하고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나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아이를 키우는 삶 속에서도 나는 내 삶을 살아가고 싶다.

아이를 사랑하는 길과 나를 사랑하는 길은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조금씩 믿어보려 한다.

흔들려도 괜찮다.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

엄마라는 이름 속에서도 나는 나로서 살아가고 싶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내 삶을 다시 품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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